[인천/경기]‘노숙인들의 대부’ 서영남씨 바통 이어받은 27세 딸 모니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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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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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챙기는 일은 제몫이에요”

인천 동구 화수동 주택가에는 노숙인 무료급식소인 ‘민들레 국수집’을 비롯해 ‘민들레 꿈 공부방’, ‘민들레 꿈 밥집’, ‘민들레 책들레’ 등 청소년 복지시설이 있다.청소년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서희 모니카씨가 17일 민들레 꿈 밥집에서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인천 동구 화수동 주택가에는 노숙인 무료급식소인 ‘민들레 국수집’을 비롯해 ‘민들레 꿈 공부방’, ‘민들레 꿈 밥집’, ‘민들레 책들레’ 등 청소년 복지시설이 있다.청소년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서희 모니카씨가 17일 민들레 꿈 밥집에서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민들레 국수집’에서 설거지를 많이 했는데, 어느 날 중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밥을 먹으러 왔더라고요. 그때 아버님이 ‘길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보살필 수 있겠냐’고 권해 ‘민들레 꿈 공부방’을 맡아 운영하게 됐어요.”

인천 동구 화수동 뒷골목에는 낮에 아무 때나 밥을 먹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가정집이 있다. 노숙인 무료급식소 ‘민들레 국수집’과 이곳에서 100m가량 떨어진 ‘민들레 꿈 공부방’. ‘노숙인들의 대부’ 서영남 씨(56)와 서희 모니카 씨(27) 부녀가 운영하고 있다.

7년 된 민들레 국수집은 입소문이 꽤 났기 때문에 수도권이나 충남 천안에서까지 전철을 타고 오는 노숙인이 많다. 문을 여는 오전 10시∼오후 5시에 300∼400명이 와 배를 든든히 채우고 간다.

모니카(세례명) 씨는 2008년 4월 단독주택 3층에 ‘민들레 꿈 공부방’을 마련했다. 이어 2월엔 ‘민들레 꿈 밥집’(1층), 16일엔 도서실인 ‘민들레 책들레’(2층)를 꾸몄다. 시설 규모가 점점 커지고 일손이 모자라자 모니카 씨는 이번 가을학기부터 다니던 대학원을 휴학한 상태다.

이곳에는 화수동 주변에 사는 초등학생들이 주로 찾아오고 있다. “공부방에 고정적으로 오는 초등학생이 15∼17명이에요. 아이들에게 점심 간식을 먹인 뒤 함께 놀면서 공부도 시키고 있죠.”

모니카 씨를 포함한 3, 4명의 자원봉사자가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월∼수요일과 토, 일요일마다 1시간씩 수학, 논술, 영어, 공예, 그림 강좌가 이어진다. 또 공부방 바로 앞 송현초등학교 운동장에 자주 나가 운동과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들은 오후 5시가 되면 1층 ‘민들레 꿈 밥집’으로 내려간다. 다른 청소년들도 밥집에 몰려오기 때문에 매일 100명가량 이곳에서 저녁식사를 먹은 뒤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모니카 씨는 “마음씨 고운 할머니와 함께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주고 있는데, 아이들이 ‘라볶이(라면+떡볶이)’ 등 여러 메뉴를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개관한 2층 ‘민들레 책들레’ 도서관에는 천주교 ‘예수살이 공동체’, 대한적십자사, 가정주부 등의 도움을 받아 4000권가량의 서적과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빔 프로젝터를 갖춰 놓았다. “유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수준에 맞게 읽을 수 있는 신간 위주로 책을 비치해 놓았어요. 앞으로 학생들이 노는 토요일에 맞춰 매달 두 차례 영화를 상영하고, 어머니 자원봉사자의 동화구연 수업도 이어질 거예요.”

서 씨 부녀가 운영 중인 복지시설은 각각 60m²(약 18평) 이내의 작은 규모지만, 많은 이들에게 ‘따듯한’ 밥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시설운영비와 급식비는 구청 등의 공공기관 지원 없이 후원 계좌(농협 147-02-264772)에 모인 성금으로만 충당되고 있다.

서영남 씨는 천주교 수도사 생활을 하다 2003년부터 재소자와 노숙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 씨와 모니카 씨는 한 달에 두 차례 경북 청송교도소를 찾고 있다. 모니카 씨는 “강력범만 들어오던 청송교도소에 요즘 23세 이상 초범도 들어오고 있다”며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어릴 때부터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모니카 씨는 이런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거친 학생에게도 친근하게 대할 줄 안다. “공부방 동생들에게 ‘무서운 깡패 형’이란 소릴 듣는 중학생에게 ‘학교 안 갈 거 같으면 내일 이곳에 와서 간식 같이 만들자’고 해요. 또 귓속말로 ‘애들 돈 빼앗지 말라’고 하면 콧방귀를 뀌면서도 말은 잘 듣는 것 같아요.” 모니카 씨는 민들레 소식을 다음 카페(cafe.daum.net/MindleleDream)에 틈틈이 올려놓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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