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룸살롱 살인사건’ 범인 박영진씨 50세에 늦깎이 결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1일 03시 00분


“내게도 이런 날 올줄은…”
20년 복역중 천주교에 귀의… 조직원 누나와 새인생 출발

‘서진룸살롱 살인사건’으로 20년을 복역한 박영진 씨가 10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성당에서 열린 결혼식에서 동료 조직원 누나인 신부 장모 씨의 손을 잡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신문
‘서진룸살롱 살인사건’으로 20년을 복역한 박영진 씨가 10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성당에서 열린 결혼식에서 동료 조직원 누나인 신부 장모 씨의 손을 잡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신문
“평범하지만 내겐 결코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소원이 이뤄졌습니다.”

1986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진룸살롱 살인사건’의 범인 중 한 명이었던 박영진 씨(50)가 10일 결혼식을 올리고 새 인생을 시작했다. 박 씨는 이날 동료 조직원의 누나인 장모 씨(53)와 서울 동작구 흑석동성당에서 화촉을 밝혔다. 검은 정장을 차려입고 하객으로 참석한 ‘조직원’들도 이날만은 위압적인 언행 대신 축복의 박수로 박 씨의 새 앞길을 축복했다. 수많은 ‘어깨’들이 모였지만 결혼미사는 엄숙하고 조용한 가운데 치러졌다.

서진룸살롱 살인사건은 1986년 8월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서진룸살롱에서 두 조직폭력배 간에 벌어진 집단 패싸움으로, 4명이 흉기에 찔려 살해됐다. 당시 교도소에서 가석방된 조직원의 축하연을 벌이던 맘보파 조직원 중 한 명이 술집 복도에서 서울목포파 조직원과 마주쳤다가 시비가 붙어 시작된 이 싸움은 서울목포파 조직원들이 휘두른 생선회칼에 맘보파 조직원 4명이 끔찍하게 살해당하면서 끝났다. 사건을 담당한 검사는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이라고 잔혹성을 표현할 정도였다. 당시 26세로 서울목포파 조직원이었던 박 씨는 사건 이틀 후인 16일 동료 조직원인 고금석, 강정휴 등과 함께 서초경찰서에 자수했다. 박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항소, 상고심에서 20년형이 확정돼 복역하던 중 장 씨를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씨가 동생의 면회를 다니면서 박 씨와 가까워졌다는 것. 복역 중 천주교에 귀의한 박 씨는 2006년 출소해 기계제조업체 직원으로 성실히 일하며 지내고 있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박 씨가 결혼식장으로 고른 흑석동성당은 박 씨가 복역하던 중 교화에 도움을 줬던 은인이 다니던 성당으로 알려졌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폭력조직원 8년 새 31% 늘어
▲2010년 4월12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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