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작가 최동열 씨가 대구보건대 인당박물관에 전시 중인 자신의 작품 앞에서 웃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차림새는 영락없는 아저씨다. 환한 웃음은 천진스러웠다. 겉으로 봤을 때는 고난과 역경의 삶은 묻어나지 않았다. 작품세계를 설명할 때는 아이처럼 좋아했다. 매일 스스로 정화하고 있다는 말을 강조했다. 좋은 그림은 내 몸부터 깨끗이 한 뒤 그려야만 한다는 그의 소신 때문이다.》
파란만장한 인생사로 유명한 재미작가 최동열 씨(59)가 대구에서 첫 초대전을 개최한다. 이번 초대전은 28일까지 대구보건대 인당박물관에서 열린다. 그의 초기작부터 2010년 최근작까지 총 80여 점을 선보일 예정. 최 씨의 이번 작품에는 꽃, 그릇, 음식, 건물, 누드 등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노랑 빨강 초록 보라 등 원색의 강력한 대비도 특징이다. 실내외가 공존하는 풍경에서 그의 작품세계를 읽을 수 있다. 그림 안에서 본 바깥 풍경, 밖에서 본 안의 풍경을 동일하게 표현했다. 그가 걸어온 독특한 삶에서 틀을 부숴버린 ‘야생마’ 기질을 엿볼 수 있다. 최 씨는 “평범한 우리 삶의 모습”이라며 “내 그림은 해석하려고 하지 말고 본 그대로 느끼면 된다”고 했다.
최 씨는 우여곡절이 많다. 16세에 해병대 자원입대 후 2년간 베트남전쟁에서 첩보대원으로 활동했다.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유도와 태권도 사범, 공장 노동자, 바텐더, 술집 문지기 등을 전전하며 작가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인생사를 겪었다. 뉴올리언스에서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했다. 우연히 붓글씨를 연습하다 반고흐와 폴 고갱을 동경하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뛰는 말’을 그린 것이 화가로서의 첫걸음이었다. 이후 1980년대에는 세계 미술의 메카인 미국 뉴욕 이스트빌리지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며 촉망받는 화가로 부상했다. 몇 년 후 한국에서 데뷔했을 때는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구입했다. 또 40대에는 자서전을 출간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최 씨는 “다른의 분야 작품에 도전하기 위해 인도 여행을 준비 중”이라며 “손에 붓을 들 수 있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작품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최 씨의 작품을 무료로 볼 수 있다. 대구보건대 인당박물관 053-320-1857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