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언어영역/ 공략, EBS표 생소한 작품<3>현대소설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현대소설, 제아무리 낯설어도 ‘열쇠’만 있으면 답이 보인다


《올해 출간된 교육방송(EBS) 교재엔 생소한 현대소설 작품이 많았다. 하지만 아무리 처음 보는 작품이라도 인물의 대사와 행동, 배경과 소재의 기능, 사건의 전개, 인물 간의 갈등, 소설의 서술방식을 파악하면 대부분의 문제를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다. 수능에 출제될 만한 EBS 교재 속 생소한 현대소설을 알아보자.》

■ 주제별로 본 생소한 현대소설

2010 EBS 교재엔 우리 눈에 익은 현대소설이 상당수 실렸다.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김승옥)’ ‘금 따는 콩밭(김유정)’ ‘눈길(이청준)’ ‘독짓는 늙은이(황순원)’ ‘두 파산(염상섭)’ ‘레디메이드 인생(채만식)’ ‘빈처(현진건)’ ‘사수(전광용)’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박완서)’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박태원)’ ‘술 권하는 사회(현진건)’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윤흥길)’ ‘어둠의 혼(김원일)’ ‘제1과 제1장(이무영)’ ‘줄(이청준)’ ‘쥐잡기(김소진)’ ‘징소리(문순태)’ ‘필론의 돼지(이문열)’ ‘풍경A(박경리)’ 등이 그것이다. 이 작품 외에도 눈여겨봐야 할 생소한 작품이 많다. 소설을 주제별로 소개한다.

[1] 전쟁의 아픔

전쟁은 현대소설에서 자주 다뤄지며 대부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잡초(황석영)’는 전쟁의 비극성과 폭력성을 보여준다. 인민군에 협조하다가 미쳐버린 인물을 통해 민족이 겪은 역사적 수난의 의미를 되짚어준다. ‘제3인간형(안수길)’은 한국전쟁 당시 문학을 꿈꾸던 사람들의 변화와 고뇌를 제재로 한다. 지극히 세속적으로 변한 인물, 사명을 찾아 꿈도 버리고 떠나는 인물, 어정쩡한 태도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을 통해 전쟁 속 인물 유형을 제시한다. ‘나상(이호철)’은 국군으로 전쟁에 참여한 두 형제가 포로가 돼 만나 북으로 이송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극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며 삶의 본질을 다룬다.

전쟁 속 감동을 담은 작품도 있다. ‘후조(오영수)’는 따뜻한 인정과 연대(連帶) 의식을 다룬 소설이다. 제목인 ‘후조(候鳥)’는 철새를 한자어로 이르는 말. 민우와 구두닦이 구칠의 관계로 인간애, 모정이 담긴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휴머니즘 소설이다. ‘겨울 나들이(박완서)’는 가출한 주인공이 여인숙에서 한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만나고 삶의 가장 큰 보람이 무엇인지 깨닫는 과정을 그렸다. 가출 이후 남편 곁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통해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회복하는 주인공을 보여준다.

[2] 현실에 대한 비판

현실비판 의식이 날카롭게 드러난 작품도 있다. ‘빈방(이청준)’은 진실을 말 못하는 상황에서 오는 답답함을 그렸다. 부조리한 현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딸꾹질’을 하는 인물 지승호가 등장한다. 기자인 ‘나’가 지승호의 딸꾹질 증세의 원인을 파헤치는 형식의 액자소설이다. 도시적 삶의 부조리함을 비판한 작품인 ‘삼각의 집(하근찬)’은 도회지에서 살아가는 소외된 서민의 생활상을 담았다. 개집, 가난한 서민들의 무허가 판잣집, 교회를 모두 ‘삼각의 집’으로 그려 이들 사이 간극을 부각시켰다. ‘무사와 악사(홍성원)’는 오일규와 김기범이라는 두 인물을 통해 이 시대의 바람직한 인간형이 무엇인지를 묻는 작품이다. ‘제3병동(김정한)’은 돈 없는 사람은 무시하는 병원을 그려 근대화로 퍼진 물질만능주의 풍조와 인간 경시 풍조를 비판한다.

우의적인 방법을 사용해 현실을 비판한 작품도 눈에 띈다. ‘닭장 관리(정한숙)’는 정치 현실을 비유적으로 그린 우화소설. 남북 관리자는 닭장을 독재적으로 통치하고 힘없는 닭들은 자신의 의지에 관계없이 고통스럽게 살아간다. 역사를 통틀어 근 반세기를 피관리자의 위치에서 지낸 우리의 현실을 우의적으로 그려냈다. ‘개구리(김성한)’도 인간의 모습을 개구리로 표현하는 우의적인 수법으로 인간 세계의 허위의식을 풍자했다. 지도자를 만들어 고통을 받는 이야기, 신의 죽음을 목격하는 이야기를 담아 현대사회의 허위성을 비판했다.

현실에서 예술가들이 겪는 고뇌를 그린 작품도 있다. ‘지상의 방 한 칸(박영한)’은 예술가의 존립 근거가 위협 받는 현실과 그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담았다. 이 소설의 주된 이야기는 작가인 주인공이 작품을 집필할 조용한 방 한 칸을 구하고자 여기저기 떠돈다는 것. 궁핍한 생활로 인한 예술가의 정신적 위기와 방황을 그린 자전 소설이다. 소설의 ‘방 한 칸’은 예술의 존립 근거가 위협 받는 현실적 상황을 의미한다. ‘전황당인보기(정한숙)’는 인장(印章) 예술을 통해 전통이 사라지는 현실에 대한 아픔과 반성을 그렸다. 정신적 가치를 경시하고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대인을 비판하고 있다.

[3] 삶의 실존적 고뇌

인생에 대한 실존적인 고뇌를 담은 작품도 많다. ‘동경(銅鏡·오정희)’은 노년 부부의 삶으로 본 인간 본연의 고독과 존재의 소외감을 다룬다. 유일한 혈육인 아들이 민주화 운동에서 죽고 난 후 노부부가 맞이하는 하루를 우울한 톤으로 표현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이지만 주인공 ‘그’의 시각이 주가 된다.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 이기심과 도덕성의 문제를 다룬 소설 ‘태형(김동인)’도 있다. 이 작품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좁은 감옥을 설정하고 그 속에 있는 인간들의 언행을 통해 부정적인 인간 본능을 묘사했다. 작품 속 노인이 받는 태형과 감옥의 극한적 상황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추악함과 이기심을 그렸다. ‘토끼 이야기(이태준)’는 식민지 시대 가난한 작가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신문사에 취직해 월급을 받던 주인공이 신문 폐간으로 일자리를 잃고 토끼를 기르면서 생기는 어려움을 담았다. 소설 ‘황홀한 실종(이청준)’의 정신 분열을 겪는 주인공 윤일섭은 자신의 과거경험을 끊임없이 비약, 전도한다. 평화와 안주를 원하는 개인과 그 욕망을 억압하는 사회의 갈등을 그렸다.

[4] 미성숙에서 성숙으로

현대사회에 적응하고 성숙하는 성장형 인물도 많이 등장한다. ‘배반의 여름(박완서)’은 한 소년이 세상의 의미를 배우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 자신이 생각하던 세상에 대한 기대가 무참히 무너지는 체험을 한 뒤 비로소 성장하는 소년의 모습을 담았다. 한 인물의 의식세계에 초점을 맞춘 ‘침몰선(이청준)’은 죽음과 전쟁을 경험한 인물의 변모 과정을 그렸다. ‘건(김승옥)’은 한국전쟁 후 마을에 나타난 빨치산의 시신을 본 한 소년의 성장 소설이다. 순수한 주인공은 주변 인물들의 삶과 행동을 통해 점차 부조리한 어른 세계에 눈을 뜬다.

[5] 가족으로 본 삶의 괴로움

가족관계도 자주 다룬다. ‘수라도(김정한)’는 구한말부터 광복 직후까지의 한 집안의 가족사를 ‘가야 부인’의 일생을 중심으로 그린 작품이다. 그녀는 가문의 수난을 온몸으로 감당해 낸 인고(忍苦)의 표상으로 불도에 귀의하며 생을 마감한다. ‘노새 두 마리(최일남)’는 노새를 끌고 다니며 연탄배달을 하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현대 문명에 어울리지 않는 ‘노새’라는 소재를 사용해 현실에 편입되지 못하고 겉도는 아버지의 삶을 그렸다. 전통적 가치체계와 외래문화가 충돌하며 생긴 혼란을 보여주는 소설 ‘왕릉과 주둔군(하근찬)’도 있다. 소설에는 왕릉의 위엄을 철저히 지키려는 보수적 인물인 박첨지와 서양 문물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그의 딸 금례가 등장한다. 전통적 가치를 지키는 일과 외래문화를 올바르게 수용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상징적으로 담았다. ‘별과 같이 살다(황순원)’는 일제강점기에 광산 노동자로 떠난 아버지가 사망한 사건과 그의 딸인 곰녀의 인생고난을 그렸다. ‘별과 같이 살다’는 고된 삶과 역경 속에서도 빛나는 삶의 자세를 의미한다. ‘안약(곽한송)’은 가족 구성원 사이의 엇갈린 애증과 갈등의 실체를 ‘안약’이라는 소재로 표현했다.

[6] 그외

‘일용할 양식(박완서)’은 연작 ‘원미동 사람들’ 중의 한 편이다. 1980년대의 겨울, 서울 원미동 23통 5반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마을에 사는 서민들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그린 소설이다. 늙은 포수와 호랑이 사이의 끈질긴 싸움을 그린 ‘폭군(홍성원)’은 외딴 산촌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맹수와의 투쟁에 인생의 전부를 건 포수의 집념이 인상 깊게 표현됐다. 늙은 포수와 중년 포수, 중년 포수와 호랑이, 늙은 포수와 호랑이의 갈등이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전개된다.

‘고압선(조선작)’은 전형적인 서울 소시민의 애환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날개 또는 수갑(윤흥길)’은 획일적인 군사 문화의 잔재를 비판하고 풍자했다. ‘너무 큰 나무(최일남)’는 공과 사가 너무 다른 이중적인 지식인의 속물적인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단종은 키가 작다(김형경)’는 상식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는 현실 속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고찰한 소설이다. ‘별을 헨다(계용묵)’는 광복 이후 실향민의 고난과 양심적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빙청과 심홍(윤흥길)’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군대 조직의 행태를 고발했다.


‘수습일기(김소진)’는 신문사 기자와 공권력을 대표하는 경찰 간의 비정상적인 공생 관계를 비판했다. ‘어머니(한승원)’는 아들의 옥바라지를 하는 어머니의 한스러운 삶을 그렸다. ‘우리들의 조부님(현길언)’은 제주 4·3항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역사의 슬픔을 그린 소설이다. ‘차나 한 잔(김승옥)’은 소시민의 불안정한 현실과 피상적인 인간관계를 보여준다. ‘하나코는 없다(최윤)’는 현대사회 인간소외 문제와 여성을 바라보는 그릇된 인식을 날카롭게 조명했다.

이만기 위너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 EBS표 생소한 작품 분석(4)는 이지스터디 홈페이지(ezstudy.co.kr)에 게재합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