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노믹스’ 물경영 시대]<1>‘물관리’가 국가경쟁력-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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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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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물은 깨끗한데 펑펑 써 문제… 재해 대처도 최하위권

동아일보 지역경쟁력센터와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모니터그룹이 세계 20개 물 경쟁력 선도 국가(W20)를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한국의 물 관련 재해 안전성(재해발생 위험과 재해피해 안전성)은 조사 대상 국가 중 최하위권인 17위로 평가됐다. 기상이변으로 매년 반복되는 집중호우의 위험이 높지만 피해를 줄이기 위한 체계적인 재해 대책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시와 비도시 간 상수도 보급 수준 등을 비교 평가한 지역균형 순위는 전체 17위에 그쳐 지역 간 물 접근성 격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의 물 관련 연구 성과는 상위권(6위)이었지만 투자와 기술 항목 평가는 각각 13위에 머물러 물 관련 기술의 산업화 역량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 물 관련 재해피해 일본의 3배

한국은 1000ha당 연간 9회의 홍수 피해가 발생해 단위 면적당 물 관련 재해 발생 위험이 조사 대상 중 가장 큰 국가였다. 인구와 경제규모를 고려한 재해피해 안전성도 16위에 그쳤다. 한국처럼 집중호우와 홍수에 취약한 일본은 경제규모 대비 재해피해액이 한국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일본의 체계적인 재해방지 대책과 인프라가 재해의 영향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돗물에 대한 지나친 불신도 수자원의 효과적인 활용의 걸림돌로 지적됐다. 한국의 하천 청정도는 9위로 조사 대상 국가 중 평균 이상이었지만 수돗물 품질 만족도는 16위에 머물렀다. 하천 청정도가 7위로 평가된 미국의 수돗물 품질 만족도가 6위를 차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수돗물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수돗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물을 이용한 교통, 여가 활용도를 평가한 ‘생활 풍요성’은 10위, 수변 환경 활용과 수자원 보존 노력에 대한 ‘환경 풍요성’은 12위를 차지해 전체적인 ‘물 풍요성’ 측면에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물 풍요성 1위는 미국이 차지했고, 네덜란드와 핀란드가 각각 2, 3위에 올랐다.

○ 싱가포르보다 자원경쟁력 떨어져

한국의 물 자원경쟁력(15위)은 1인당 수자원량이 한국보다 적은 싱가포르,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보다 떨어졌다. 지리적 특성 등을 감안한 ‘물리적인 물 부족(Physical Scarcity)’ 외에도 인프라 격차에 따른 ‘경제적 물 부족(Economic Scarcity)’ 문제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자원 풍족도는 14위였지만 도시와 비도시 간 상수도 보급격차 등을 분석한 지역균형 항목에서는 17위였다. 물 접근성 지역 간 격차를 뜻하는 ‘워터 디바이드’에 대한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자원경쟁력 1위를 차지한 호주는 가용 수자원이 부족한 물 스트레스 지역이 국토의 91.7%를 차지했지만 주민이 거주하는 도시와 비도시 간 상수도 보급격차는 거의 없었다.

한국은 현재 수급상황보다 미래대응력(16위)이 더 낮았다. 수자원 부족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수자원 공급과 대체 수자원 활용 인프라의 효율성이 낮은 데다 물을 절약하는 소비 태도가 후진적이기 때문이다. 유엔이 평가한 한국의 수자원 통합관리 역량은 평균 3.8점으로 선두권인 미국(4.7점)과 네덜란드(4.4점)와 격차가 컸다. 한국 가정의 1인당 평균 물 소비량은 조사 대상 20개국 중 4번째로 높았지만 물 소비 효율성은 15위에 머물러 물 자원이 풍부한 핀란드(2위), 오스트리아(3위), 스위스(6위)보다 낮았다. 물 소비에 대한 인식과 생활태도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 한국은 물 발전 잠재국

기후변화, 인구증가 등으로 물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물 선진국은 2025년 86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도 2020년까지 약 3조4609억 원을 투자해 물 관련 원천기술 개발과 전문 기업 육성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이 물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한국의 물 산업경쟁력은 W20 중 14위에 그쳤다. 특히 물 관련 연구 성과는 6위를 차지해 상위권이었지만 산업경쟁력과 직결되는 물 관련 기술과 투자 역량은 각각 13위에 불과했다. 물 산업을 육성하려면 연구개발 성과를 산업화하기 위한 창업 및 금융지원 체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담수화 설비 등 건설과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상하수도 운영 서비스 분야나 물 산업 가치사슬 전반을 수직계열화하고 통합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물 기업을 보유하지 못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이스라엘, 싱가포르처럼 국가 차원의 물 클러스터 구축 전략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한국의 물 산업 성장 잠재력은 14위로 중국(11위)보다 낮았다. 국가 산업 성숙도, 자본 유치 용이성, 인력 및 기술 발전 잠재력 등 국가 산업 여건은 중위권(11위)이었지만 물 관련 연구개발 기관 및 기업 간 연계, 고급 인력, 정책적 지원 등의 집적 효과 창출 여건이 14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조사 결과 물 자원 필수역량(자원경쟁력, 환경경쟁력)과 가치창출역량(산업경쟁력)의 3가지 분야에서 모두 평균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한 ‘워터노믹스’ 그룹에는 미국 싱가포르 영국 호주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일본 등 8개국이 선정됐다. 한국은 이스라엘 스페인과 함께 잠재 발전가능그룹으로 평가됐다. 한국이 물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재해 방지와 미래 대응력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물 산업 육성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 물 수급 - 안전활용 - 산업파급 3개분야 평가 ▼
■ 어떻게 조사했나

동아일보 지역경쟁력센터와 모니터그룹은 7월부터 3개월여 동안 세계 20개 물 경쟁력 선도 국가(W20·Water group of 20)를 대상으로 물 경쟁력을 평가했다. 이 과정에 특별취재팀 기자와 모니터그룹 글로벌 본사 물 전문가 및 서울사무소 컨설턴트들이 참여했다.

○ 왜 조사했나

이번 조사는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홍수와 가뭄 등이 반복되는 가운데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물 경쟁력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실시했다. 오창우 계명대 교수와 이제영 관동대 교수는 1970∼2008년 한국 신문에 보도된 374건의 물 관련 기획연재물 등과 칼럼 등을 분석한 결과 “물의 소중함, 인간과 물의 관계, 생명과 물의 관계, 미래의 물 등을 종합적으로 보도한 기사가 드물고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사후 반응적인 보도가 많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 W20 어떻게 선정했나

W20 선정을 위해 192개 유엔 회원국 중 물 자원 활용에 적극적인 국가 68곳을 먼저 선별했다. 2009년과 2010년 싱가포르 환경물자원부가 주최한 싱가포르 국제 물 위크(SIWW) 정상회의 참여 국가가 1차 선정 대상이었다.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S&P 글로벌워터지수(GWI)에 포함된 글로벌 물 기업, 글로벌 해수 담수화 플랜트 건설회사, 상하수도 운영서비스 기업을 보유한 국가를 추렸다. 또 1인당 재생 가능 수자원량이 1000m³ 미만인 물 부족 국가 중 물 환경을 개선한 5개 국가도 추가했다. 이 결과 미국 싱가포르 영국 호주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일본 핀란드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스페인 한국 아랍에미리트 중국 이탈리아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가 W20으로 선정됐다. 한국은 SIWW에 참여하고 세계 5대 해수 담수화 플랜트 회사로 꼽히는 두산중공업 등을 보유해 W20에 포함됐다.

○ 지표 프레임워크 개발 및 평가

분석팀은 국내외 기관의 물 관련 연구보고서와 각종 정책 자료를 분석하고 △자원 △환경 △산업의 3개 대분류 평가 항목, 32개 지표로 구성된 물 경쟁력 평가 틀을 개발했다. 유엔, 세계은행, 국토해양부, 수자원공사 등 국내외 기관들이 발표한 통계자료와 모니터그룹 내부 데이터 등 72가지 구성요소를 종합 평가해 최종 평점을 산출했다.

대분류 평가 항목별로 자원 경쟁력 분야에서는 생활과 산업에 필요한 물 공급 능력과 지속가능한 물 사용을 위한 수자원 인프라 및 효율성을 평가했다. 환경 경쟁력 분야는 안전한 삶을 위한 수질 관리 및 재해 방지 능력과 생활 편의성,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기여도를 분석했다. 산업 경쟁력은 특허 출원과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등재 논문을 조사하고 각국의 물 산업 핵심기술, 투자, 연구 활동 및 성장 잠재력을 진단했다. 글로벌 기업 및 물 관련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정성적인 조사도 병행해 통계 자료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이 결과를 토대로 미국 영국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핀란드 이스라엘 호주 싱가포르 일본 등 물 선진 10개국을 현지 취재했다.

특별취재팀

▽ 팀장 박용 미래전략연구소 지역경쟁력센터 기자
▽ 팀원 김남국 김유영 배극인 신수정 윤경은 이방실 임규진 정원수 조용우 하정민 한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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