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들과 교도소서 1박2일… 행복이 보름달처럼 두둥실

동아일보 입력 2010-09-20 03:00수정 2010-09-2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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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여자교도소서 10년째 복역 정미순 씨
“엄마, 나 왔어. 잘 지냈어?”

17일 오전 10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청주여자교도소 안에 있는 ‘가족 만남의 집’. 10년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정미순(가명·53·여) 씨는 자신을 만나러 온 딸 박지영(가명·28) 씨와 아들 박준석(가명·25) 씨를 끌어안고 눈시울을 붉혔다. 정 씨는 자신이 집을 비운 긴 시간 곧게 자란 딸과 아들의 얼굴을 몇 번이고 어루만지며 감격했다. 주위에 있던 교도관들에게는 거듭 “만나게 해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하루가 지나면 다시 헤어져야 하는 짧은 만남이지만 정 씨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정 씨가 살인 혐의로 체포된 것은 2000년 5월. 남편의 잦은 음주와 폭행, 경제적 무능력, 빚보증에 의한 경제적 피해 등을 참아오던 정 씨는 무속인 이모 씨와 짜고 남편을 살해한 뒤 1억5000만 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정 씨는 1, 2심에서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보험금의 일부를 이 씨에게 건네준 사실 등이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당시 고교를 갓 졸업한 딸과 중학생이던 아들은 외조부모의 손에 자라났다. 딸은 명문대를 나와 한 기업에 취업했고 아들도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복학했다. 딸 박 씨는 왕복 5∼6시간 걸리는 교도소에 매달 면회를 신청해 어머니를 만나고 갔다. 정 씨도 죄를 뉘우치고 영화 ‘하모니’로 유명해진 청주여자교도소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는 등 모범수 생활을 하고 있다.

이번 만남은 2일 첫 전파를 탄 라디오교화방송에 일일 DJ로 참석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의 특별지시로 이뤄졌다. 라디오교화방송은 수형자의 안정된 수감생활을 돕기 위해 월∼금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가족들의 사연과 안부인사 등을 전하는 라디오프로그램. 이 장관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딸 박 씨의 음성편지를 직접 소개했고 즉석에서 모녀 간의 통화를 주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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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엄마 딸이라서 행복하다”는 딸 박 씨의 사연을 접한 이 장관은 이들 가족이 17일 오전 10시∼18일 오전 가족 만남의 집에서 함께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이 시설은 각 교도소 영내에 모범 수형자들이 편하게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꾸며놓은 곳으로 정 씨 가족은 하루 동안 음식을 만들어 먹고 한자리에 누워 얘기를 나눴다. 정 씨 가족이 철창을 사이에 두지 않고 만난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지난해 5월 가족 만남의 집에서, 올해 6월 정 씨의 귀휴(歸休·복역 중인 사람이 일정 기간 휴가를 얻는 일) 신청이 받아들여져 가족이 모인 것이 전부다.

법무부는 13∼30일을 ‘추석맞이 교정시설 교화행사 기간’으로 정하고 가족 만남의 집에서 수형자 97명과 가족 238명이 1박 2일을 함께 보내도록 했다. 또 수형자 2037명과 가족 5820명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추석인 22일 아침에는 수형자 2409명이 함께 차례를 지낼 수 있게 준비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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