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故민평기 상사 어머니 윤청자씨의 특별한 추석

동아일보 입력 2010-09-20 03:00수정 2010-09-20 04:41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아들 대신… 해참총장이 ‘한가위 손님’
추석을 앞두고 19일 김성찬 해군참모총장(가운데)을 비롯한 해군지휘부 인사들이 민평기 상사의 충남 부여군 집을 방문해 어머니 윤청자 씨를 위로하고 있다. 해군은 이날까지 천안함 46용사 유가족 전원에게 참모총장 명의의 위로서한과 과일바구니를 전달했다. 부여=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자식을 지키지 못한 부모는 죄인인데…. 추석에 가족(고향)에게 안 가시고 이곳까지 오셨어 그래.”

천안함 46용사인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67)가 감정이 북받친 듯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을 꼭 끌어안았다. 김 총장과 김용환 인사참모부장 등 황색 제복을 입은 해군 간부 7명은 잠시 숙연한 표정으로 아무런 말을 못 했다. 이들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민 상사의 나라 사랑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19일 충남 부여군 은산면 윤 씨 집에 들렀다.

해군본부는 추석을 맞아 천안함 46용사 직계가족의 집을 방문해 김 총장의 감사편지와 과일바구니를 전달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46용사 집에서 가까운 부대의 주임원사, 참모장들이 직접 가족들을 찾아가 위로의 말을 건네고 변함없는 해군 사랑에 대한 감사인사를 전했다.

윤 씨의 집은 마침 대전에 있는 해군본부와 가까워 김 총장이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그동안 윤 씨가 해군에 기탁한 1억900여만 원에 대한 감사의 뜻도 전달하기로 했다. 윤 씨는 올해 6월 천안함 국민성금으로 받은 1억 원과 7월 한 업체 직원들이 놓고 간 900여만 원 등 1억900만 원을 “무기 구입에 써 달라”며 해군에 기탁했다.

▶본보 6월 16일자 A5면
7월 6일자 A14면 참조


주요기사
그동안 “찾아와 감사의 뜻을 전하겠다”는 해군본부 측의 연락을 수없이 받았으나 이를 고사해 왔다는 윤 씨는 직접 깜짝 걸음을 한 김 총장 일행을 따뜻하게 맞았다. 시골집 거실에 놓인 상에는 윤 씨가 직접 빚은 송편과 식혜, 다과가 놓여 있었다.

윤 씨는 나흘 전인 15일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찾았다. 15일은 죽은 민 상사의 생일. 떡과 미역국, 과일 등으로 생일상을 차리고 왔다는 윤 씨는 “학교랑 군대 다니느라 15년 동안 그 아이 생일에 미역국 한 번 못 챙겨준 어미가 나”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숨을 잠시 고른 윤 씨는 “이번 생일에는 술까지 들고 가 46명의 용사에게 모두 골고루 대접했다”며 “군대 동기들이 전한 사진도 유리에 넣어 두고 왔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고향집에 들른 장남 민광기 씨의 8세, 6세짜리 손녀들은 이날 해군 제복을 입은 손님들이 신기했는지, 잠시도 쉬지 않고 손님들 사이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윤 씨는 손녀들을 보면서 “우리 평기가 조카들 참 예뻐했는데…”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감정이 격해진 듯 윤 씨는 아들 사진을 찾으며 “나는 너를 볼 수 있는데 네가 나를 못 보니 어찌하면 좋을꼬. 흙으로라도 빚어 만들 수 있다면 만들고, 돈을 주고서라도 살 수 있다면 살 것을…” 하고 울음을 삭였다.

윤 씨 얘기를 묵묵히 경청한 김 총장은 “천안함 사건을 겪은 해군은 뼈아픈 반성과 노력을 통해 변화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1시간 정도 대화를 마치고 김 총장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윤 씨는 떠나는 일행에게 솔로 빚은 술과 부여 특산물인 알밤을 건넸다. 선물을 받아든 김 총장은 “어머니와 천안함 가족들은 우리의 어머니이자 가족들”이라며 “우리가 곁에서 외롭지 않도록 보살펴 드리겠다. 탈곡할 때 다시 한 번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도 추석을 맞아 천안함 46용사 가족들에게 편지를 보내 위로와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