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죄송… 죽어서라도 참회하겠다” 신정동 ‘묻지마 살인범’ 현장검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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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서부터 TV와 웃음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TV를 보며 토요일 오후를 보내던 한 가족의 가장을 찔러 숨지게 한 윤모 씨(33)는 14일 빨간 모자를 눌러 쓴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죽은 임모 씨(42) 가족의 단란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던 골목길은 취재진의 사진기 셔터 누르는 소리와 동네 주민들의 원성으로 가득 찼다.

이날 서울 양천경찰서는 8월 7일 다세대주택 옥탑방에 들어가 임 씨를 칼로 찔러 살해한 윤 씨의 범행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한 손에 막걸리를 들고 골목길에 선 윤 씨는 임 씨 가족의 웃음소리를 처음 들었다는 놀이터까지 걸어갔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청바지와 형광색 잠바를 입은 윤 씨는 주민들의 시선을 마주치기가 겁이 난 듯 모자를 푹 눌러썼다.

3층 다세대주택 옥상으로 올라가 계단에 가방을 내려놓고 옥탑방에서 임 씨를 죽이는 장면까지 재연한 윤 씨는 “웃음소리를 들은 것은 맞지만 처음부터 죽이려고 올라간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주머니가 소리를 지르고 나와 조용히 하라고 망치로 머리를 때렸다”며 “그냥 가려는데 아저씨가 뛰쳐나와 실랑이가 시작됐고 그 과정에서 한두 차례 (칼로) 찔렀다”고 했다. 현장검증을 마치고 골목길을 나서는 윤 씨에게 동네 주민들은 “천벌 받을 ×”라고 소리치며 분노를 표했다. 윤 씨는 “죄송하다. 죽어서라도 참회하겠다”고 말했다.

공원벤치서 또 ‘묻지마 범행’

한편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7일 서대문구 홍제3동 문화공원 벤치에서 잠을 자던 박모 씨(47)의 목을 찌르고 달아난 서모 씨(46)를 붙잡았다고 14일 밝혔다. 하는 일이 없는 서 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른 사람과 싸워 화가 나 누군가를 죽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윤 씨처럼 아무런 이유 없이,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칼을 휘두른 것. 경찰청이 최근 발표한 ‘전국 살인 피의자 현황’에 따르면 현실 불만 등을 이유로 이뤄진 ‘묻지마 살인’은 2007년 366건에서 지난해 572건으로 2년 새 56%나 급증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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