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 손도 안대고 지게차 면허증

동아일보 입력 2010-09-15 03:00수정 2010-09-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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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비학원들 실습교육없이 수천명에 이수증
산업현장 사고유발 주범… 학원대표 3명 영장
지방에서 양곡도매업을 하는 이모 씨(42)는 2008년 12월 ‘시험 없이 쉽게 지게차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는 전단 광고를 보고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S자동차중장비학원에 전화를 걸었다. 학원 관계자는 “수강료 20만 원만 입금하면 된다”고 했다. 이 씨는 반신반의하면서도 돈을 입금했다. 며칠 뒤 6시간의 일대일 실습교육을 통과해야만 취득할 수 있는 ‘이수증’이 등기우편으로 도착했다. 관할구청에 이수증을 제시한 이 씨는 지게차 면허증을 교부받았다.

소형 건설기계조종사 면허 취득에 필요한 실습교육을 받지 않았는데도 이수증을 불법으로 발급한 학원들이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게차, 굴착기, 로더, 불도저 등 4종의 소형 건설기계조종사 이수증을 실습교육 없이 발급해준 S자동차중장비학원 대표 김모 씨(51) 등 3개 학원 대표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2개 이상의 면허를 취득한 수강생 13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이 적발한 수강생만 3378명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면허를 하나만 딴 3241명은 입건하지 않았다.

이들 학원은 인터넷이나 전단 광고를 보고 온 수강생들에게 적게는 5만 원에서 많게는 15만 원을 받은 뒤 실습교육 없이 이수증을 발급했다. 소형 건설기계의 경우 일반 면허와 달리 시도교육청이 인가한 학원에서 6시간(3t 미만), 16시간(3t 이상)의 실습교육을 이수하고 교육 증명서를 지자체 교통과에 제출해야만 면허가 발급된다.

학원들은 관리당국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돈만 챙기거나 엉터리 교육을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D학원은 수강생 20∼30명을 경기 김포시에 있는 한 야산으로 부른 다음 1시간 동안 지게차를 작동하는 모습을 한두 번 보여준 뒤 참가자에게 이수증을 내줬다. S학원 등은 한 우유회사 지방공장 3곳에서 단체 신청을 받은 뒤 실습교육 없이 대량으로 이수증을 발급해줬다. 이렇게 업체 단위로 이수증을 따간 사람만 822명에 달했다. 학원들은 이런 수법으로 총 6억7000만 원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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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조사 결과 부정발급 면허증 소지자는 지금까지 모두 22건의 안전사고를 일으켜 총 3598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관할 교육청, 시군구청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을 뿐만 아니라 감독 관리도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적발된 수강생의 면허를 취소하고 학원 등록을 정지 또는 취소하도록 관할청에 통보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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