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선진국’을 향해]<上>기부문화 확산 이렇게

동아일보 입력 2010-09-14 03:00수정 2010-09-14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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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기부-자원봉사-기업 공헌… ‘나눔의 세 바퀴’로 사회 업그레이드 《 2008년 기준으로 국내 기부금 규모는 약 9조 원. 적은 돈은 아니지만 기부 선진국들에 비하면 아직도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2007년 기부금 규모가 약 3064억 달러(약 286조 원·2007년 9월 환율 기준)로 한국의 약 30배가 넘는다. 어려운 이웃과 사회를 위한 기부활동에는 돈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 스스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 기업도 사회발전을 위한 공헌활동에 적극 나서는 등 3박자가 필요하다. 》
전문가들은 “기부 품목을 돈은 물론이고 각종 물품으로 확대하고 자원봉사도 일회성이 아닌 범사회적 문화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며 “기부가 행사가 아닌 문화로 자리 잡을 때 우리 사회가 질적으로 한 계단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일회성 기부에서 생활화된 기부로

2007년 아름다운재단이 조사한 국내 기부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기부 참여율은 55%. 하지만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사람은 16.6%에 그쳤다. 기부가 특정 시기 또는 행사에 치우쳐 일회성으로 그친다는 반증이다. 기부 유형도 개인보다는 기업과 단체가 대부분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해 모금한 3318억 원 가운데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770억 원으로 23.2%에 그쳤다. 나머지는 모두 기업과 정부부처 및 정부투자기관, 사회 및 종교단체다.

기업과 단체의 기부는 단일 기관의 액수 자체는 크지만 범위가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사회 전체의 기부규모를 확대하는 데는 오히려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소액이라도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문화를 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 기부도 우리처럼 회사가 하기보다는 미국의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처럼 최고경영자(CEO)들의 개인 자산 기부로 이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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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기부 규모가 적다 보니 도움이 절실한 사회복지기관까지 손길이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 광덕마을에 있는 온누리재활원은 330m²(약 100평) 남짓한 텃밭에서 김장용 무를 재배하고 있다. 후원금과 정부 보조금 등을 포함해 한 달에 1400만 원 정도의 수입이 있지만 정신지체장애인 27명과 직원 5명이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 직원 월급으로만 절반에 가까운 700만여 원이 들어가고 전기, 수도, 전화요금 등도 한 달에 300만여 원이 든다. 비인가 시설이어서 정부 보조금은 1인당 15만∼48만 원의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비(생계비)뿐. 후원금은 매달 120만∼200만 원이 들어오지만 이마저도 일정하지는 않다. 이렇다 보니 후원금이 줄면 당장 먹는 것부터 부실해져 2년 전부터는 부식이나마 해결하고자 텃밭에 무 고추 배추 등을 가꾸기 시작했다.

○ 물질보다 마음이 더 절실

부족한 것은 돈이나 물품만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자원봉사 참여율은 2008년 기준으로 전체 국민의 약 20%. 영국은 59%로 우리보다 배 이상 많다. 활동의 지속성도 현저히 떨어진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사회복지분야의 총 등록 자원봉사자는 323만여 명(2009년 말 기준). 하지만 1년 동안 단 한번이라도 봉사활동에 참여한 사람은 3분의 1 수준인 108만여 명에 그쳤다. 연평균 봉사시간은 20시간으로 1년 365일 중 3일이 채 안 된다. 그나마 학생(48.8%) 주부(13.4%)가 전체의 62.2%를 차지해 인력 편중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지역의 한 재활원은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나무를 연료로 하는 보일러를 설치했지만 자원봉사자가 부족해 인근 군부대 군인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재활원 뒷산에서 나무를 구해야 하지만 20여 명의 정신·지체장애인들과 5명에 불과한 직원으로서는 매일 때야 하는 물량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 재활원 관계자는 “매일 정신지체장애인들을 목욕시켜야 하기 때문에 1년 내내 온수가 필요하다”며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나와 나무를 때는 보일러로 바꿨는데 이마저도 자원봉사자나 군인들이 없으면 가동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 기부의 사각지대 해소 절실

기부에는 돈이나 물품, 자원봉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책의 미흡한 점이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도 또 하나의 훌륭한 나눔 문화다.

청소년복지시설의 경우 물품이나 기부금보다 더 시급한 것이 ‘동거인’으로 기재되는 주민등록등본을 개선해주는 것이라고 복지시설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예를 들어 복지시설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원장의 주민등록등본에 ‘동거인’으로 기재된다는 것.

경북 김천시 지좌동에서 청소년 복지시설 베다니성화원을 운영하는 김성원 원장은 “직업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회사 면접을 보러 가면 꼭 회사에서 ‘동거인이 뭐냐’고 묻는다”며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자신의 처지를 말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기 일쑤”라고 전했다. 김 원장은 “명절 때만 반짝 관심을 갖기보다는 세심한 제도개선이 진정한 나눔 문화”라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장애인보호시설을 운영하는 A 원장은 몇 년 전 새 건물을 짓느라 빌린 돈을 아직도 갚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과거 비인가 시설을 운영했지만 정부가 신고시설(법인화)로 전환하지 않으면 퇴출시키겠다고 해 규정에 맞게 새 건물을 지은 것. 땅은 개인 후원자가 제공했지만 건축비 10억여 원 중 시가 보조한 2억5000여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빚을 질 수밖에 없었다.○ 나눔 문화 희망은 있다

주부 현소정 씨(52)는 2004년부터 ‘아름다운 가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는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을 모아 필요한 사람에게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무급으로 일하는 현 씨는 “평소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았는데 우연히 아름다운 가게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중국어학과 민관동 교수는 2006년부터 시골 오지 학교와 보육원 등에 매년 아동 도서를 기증해 왔다. 지금까지 기증한 도서는 총 2000여 권. 한 출판사 고문을 맡은 이후 인건비를 책으로 받아 2000만 원 상당의 도서를 기증했다. 민 교수는 “예전부터 항상 받은 만큼 남들에게 베풀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실천해 왔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전흥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사업본부장은 “선진국은 경제규모나 소득수준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각 사회구성원이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해 얼마나 참여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담양=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김천=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대한민국 최대 나눔축제 열린다 ▼
17,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 80여 기업-단체 참여

“아픈 사람을 고쳐주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가수가 돼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거예요!”

미대 출신 산업디자이너 10명은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옆 평화의공원을 찾을 예정이다. 이곳에서 이들은 아이들의 장래 희망을 즉석에서 흰 티셔츠에 그려 ‘희망’을 나눠줄 계획이다. 이 행사는 한국여성재단이 운영하는 ‘나눔 대한민국 만들기’ 프로그램으로 17, 18일 ‘제1회 대한민국 나눔문화 대축제’의 부속 행사 중 하나다.

올해 처음 열리는 대한민국 나눔문화 대축제는 국내에선 가장 큰 규모의 나눔행사다. 그동안 ‘나눔’을 주제로 한 행사는 많이 열렸지만 통합적으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후원하는 이 행사에는 삼성, SK, CJ 등 80개가 넘는 기업과 단체가 참여한다. 주최 측이 예상하는 방문객은 5만 명.

돈이 아닌 개인의 재능이나 참여로 나눔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것이 이번 행사가 지향하는 목표다. 17일 오후 2시 개회식과 함께 열리는 ‘사랑의 나눔 비빔밥’은 “누구나 나누며 살 수 있다”는 취지로 자원봉사자와 시민 100여 명이 참여해 500인분의 대형 비빔밥을 만들게 된다.

상설 행사장에서는 식품 지원 단체인 ‘푸드뱅크’가 진행하는 ‘송편 빚기’ 행사가 열린다. 추석을 맞아 결식아동과 혼자 사는 노인 등 외로운 이웃에게 시민들이 직접 송편을 빚어 보낼 계획이다. 송편 빚기 행사장 옆 ‘희망 존(Zone)’에서는 기부자가 아닌 기부 대상자의 삶을 경험해 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체험 행사가 열린다. 그중 ‘시각장애 체험’은 휠체어를 직접 타고 안내견과 함께 행사장을 돌면서 시각장애인의 삶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려준다. 행사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DJ DOC, 조성모, 채연, 서인국 등 인기 가수들이 펼치는 ‘대한민국 나눔 콘서트’가 열린다. 문의 02-2077-3957 www.nanumnet.or.kr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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