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 엄마, 나 영주권 보증 서 줄거지”

동아일보 입력 2010-09-04 03:00수정 2010-09-0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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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포 아이돌보미들, 입주대가 신원보증 요구 잦아 “저희 이모님(아이돌보미를 칭하는 말)이 아기한테 앞으로 더 잘하겠다면서 대신 신원보증을 서달라고 하세요. 영주권을 따서 한국에 살고 싶다고….”

“아기 엄마는 맞벌이가 아니고 가정주부여서 영주권 못 따게 생겼다고 아기 볼 때마다 화난 표정이세요. 아는 업체 통해서 가짜로 재직증명서를 만들까 고민 중입니다.”

포털사이트 내 출산 육아 커뮤니티인 ‘맘스홀릭’ ‘레몬테라스’ 등에는 최근 중국동포 아이돌보미들이 영주권을 위해 부모들에게 신원보증을 서달라고 압박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월 법무부 지침 개정으로 가정집 아이돌보미를 하고 있는 중국동포가 국내에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비자(F-4)와 영주권(F-5)을 쉽게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아이돌보미를 비롯해 제조업과 농축수산업자, 간병인은 같은 직장에서 1년을 근무하면 F-4비자를 받을 수 있다. 또 같은 집이 아니더라도 같은 업종으로 3년을 더 근무하게 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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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4비자를 따기 위한 첫걸음이 바로 맞벌이 부부와 고용계약을 맺는 것이다. 고용지원센터에 부부의 재직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 고용계약서 등 서류를 제출하고 고용보험을 들어야 한다. 1년 뒤 부모가 신원보증을 하고 추천서를 써주면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아이돌보미들이 신원보증을 전제 조건으로 아이를 돌보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신원보증을 약속하지 않으면 아이돌보미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출산 후 입주형 아이돌보미를 찾던 유선예(가명·30) 씨는 “아주머니들이 면접부터 ‘내 목표는 영주권이기 때문에 영주권을 딸 수 있도록 꼭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해서 부담스러웠다”며 “아기를 맡기는 입장이기 때문에 도중에 만약 서로 잘 안 맞을 경우 입장이 난처해질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가 아니면 아이돌보미를 구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서울 강남의 H인력업체 관계자는 “엄마가 주부인 데다 애들이 둘 이상이면 면접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예전에는 월급이 많은지가 중요한 기준이었지만 지금은 일하는 엄마인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신원보증을 꺼리는 것은 신원보증 후 아이돌보미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자신들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 출입국관리법 90조에는 문제가 생겼을 경우 출국 여비와 관련 비용, 체류 또는 보호 중 발생한 비용을 신원보증인이 책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맘스홀릭’에는 아이돌보미가 일을 잘했다는 정도의 추천서를 넘어 신원보증을 서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며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아직 상세한 기준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아이돌보미가 추방당할 경우 신원보증인이 비행기표 값이나 출국 비용, 과태료 등을 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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