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영화 통해 생각과 글쓰기의 힘 키웠어요”

동아일보 입력 2010-09-06 03:00수정 2010-09-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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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영화로 세상을 보다’ 펴낸 고교생 3인
“느낀점 토론하고 글로 옮기며 사회문제 관점 생겨”
5개월 간 영화 30편을 보고 쓴 영화감상문을 책으로 펴낸 김지은 양(서울 진선여고3), 한유경 양(서울 경기여고3), 이동륜 군(서울 보인고3).(왼쪽부터)
《최근 대학입시 수시모집에서 중요한 평가요소로 활용되는 논술고사는 ‘벼락치기’가 통하지 않는다. 논술은 붓 가는대로 써 내려가는 일기와 다르다.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 글쓰기 실력.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기를 수 있을까?

여기 영화를 통해 사고력과 문장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고등학생들이 있다. 김지은 양(18·서울 진선여고 3), 이동륜 군(18·서울 보인고 3), 한유경 양(18·서울 경기여고 3)이 그 주인공. 세 사람은 최근 ‘열일곱, 영화로 세상을 보다’(다할미디어)라는 책을 펴냈다. 이들은 이 군의 아버지이자 한국영화평론가협회이사,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대현 씨(51)와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 이 책에는 올해 3월부터 5개월 간 30편의 영화를 보고 난 뒤 각자 느낀 점을 정리한 세 학생의 글 26편이 담겨 있다.

영화로 논술 실력을 기르는 게 가능할까? 지난달 31일 만난 세 학생에게 물었다. 이들은 확신이 넘치는 목소리로 입을 모았다. “이전에는 뉴스를 봐도 그냥 흘려들었어요. 하지만 영화를 보고, 각자 느낀 점에 대해 토론하고, 글로 쓰는 작업을 하다 보니 이젠 어떤 사회적 사안에 대한 나만의 관점이 생겼어요. 영화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힌 거죠.”》
○사고력이 쑥쑥… 사회에 대한 관심과 비판력 늘어

영화평론가 이대현 씨와 세 학생이 공동 저자인 책 ‘열일곱, 영화로 세상을 보다’. ‘14세 소년, 극장에 가다’와 ‘15세 소년, 영화를 만나다’
이후 세 번째 시리즈로 출판됐다.
논술은 깊은 사고력과 논리력을 요한다. 생각하는 힘이 없으면 체계적이고 좋은 글이 나오기 어렵다. 동네 친구로 만난 세 학생은 중3 때부터 이 씨와 함께 영화를 보며 생각하는 힘을 키워 왔다. 이 책은 ‘14세 소년, 극장에 가다’와 ‘15세 소년, 영화를 만나다’ 이후 세 학생이 참여한 세 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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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매주 주말 영화를 관람한 뒤 영화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을 할 때 영화 내용을 현실 문제와 연계시켜 생각하다보니 자연히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아동성폭력 사건을 접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나. 너무 화가 나서 성범죄자의 처벌 수위를 높이자고 주장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이 군의 말이다.

책 속의 글에서는 이러한 이 군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영화 ‘터미네이터’ 4편을 보고 쓴 글 제목은 ‘인간이 기계다’. 이 군은 책에서 말한다. “요즘 사람들은 어떤가. 기계와 다를 바 없이 시키는 대로, 아니면 양심과 신념 없이 행동한다. 여덟 살 아이를 성폭행하고도 반성하지 않는 파렴치범, 죄 없는 사람들을 감정 없이 마구 죽이는 연쇄살인범, …. 이들은 모두 인간이 아닌 기계들이다. 아니 기계만도 못한 존재다”라고.

김 양은 영화 ‘워낭 소리’를 보고 미니홈피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로 소통하는 현대 인간관계의 진정성에 대해 묻는다. “클릭 한번으로 관계가 이뤄진다. 그러나 이런 관계가 과연 진정성을 가질 수 있을까”라고 말이다.

김 양은 “예전에는 말이 없고 앞에 잘 나서지 않는 성격이었다”면서 “영화감상문을 쓰면서부터는 그냥 지나칠 만한 사안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생각해 보면서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문장력도 쑥쑥… 글쓰기에 두려움 사라져

영화 보고 글쓰기를 시작한 중3 겨울. 이 군에게 글쓰기는 막막하기만 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재미있다’는 생각만 했지, 글의 주제를 무엇으로 잡아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공책에 힘겹게 8줄을 쓰고 나면 더 이상 이어 갈 말이 없었다.

그렇게 1년 정도 지나자 이 군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글 쓰는 실력이 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은 글의 주제를 스스로 정하는 것은 물론 1200자 분량의 글도 거뜬히 써내려간다.

본래 글쓰기를 좋아해 꾸준히 일기를 썼던 한 양은 올해 본격적으로 대입 논술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일부 학생들은 논술 문제를 이해했다고 해도 아는 바를 어떻게 답안으로 써야할지 몰라 막막해 한다. 하지만 한 양은 아는 문제가 나오면 막힘없이 답안을 쓴다. 다음은 한 양의 설명이다.

“어느 순간 글 쓰는 데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글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내 생각을 어떤 단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감이 잡히더라고요. 예전에는 아무런 뼈대 없이 무작정 썼다면 이제는 머리 속에서 글의 구조나 체계가 그려져요. 언어 비문학 독해를 할 때도 지문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파악하기가 쉬워 문제 풀기도 한결 수월하고요.”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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