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민홍규 前단장 ‘4대 국새’의 진실

동아일보 입력 2010-09-03 03:00수정 2010-09-0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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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극에… 金횡령에… 농락당한 ‘대한민국’
제작방식과 금 횡령 여부를 둘러싸고 의혹에 휩싸였던 ‘제4대 국새’의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국새 의혹’의 핵심 인물인 민홍규 전 국새제작단장(56)이 1일 경찰 조사에서 “전통방식의 국새 제작기술이 없다”고 진술한 데 이어 2일에는 국새를 만들고 남은 금 1.2kg을 횡령한 사실도 시인했다. 사건의 주요 의혹 중 ‘국새 제조 방식’과 ‘국새용 금 횡령’ 부분이 잇따라 사실로 판명된 것. 경찰은 현재까지 드러난 수사 결과를 토대로 민 씨에 대해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 경찰 “민 씨, 금 횡령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민 씨가 2007년 12월 국새를 제조하고 남은 금 1.2kg(약 3500만 원 상당)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민 씨는 금 주물 과정에서 생겨 남는 금인 ‘물대’ 600g과 바(bar) 형태의 금 600g을 행정안전부에 반납하지 않았다. 민 씨는 경찰에서 “(남은 금을)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만들어보며 연습하는 데 썼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민 씨가 국새 제작 후 남은 금을 바 형태로 보관하다 도장 등을 만드는 데 쓴 것으로 보고 있다.

○ 금도장 로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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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2일 조사에서 민 씨가 횡령한 금 1.2kg으로 금도장을 만들어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달했다는 ‘금도장 로비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

지난달 국새 의혹을 처음 제기한 국새제작단원 이창수 씨(46)는 “민 씨가 2007년 한 해 동안 금도장 16개를 만들어 로비용으로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민 씨가 만들었다는 금도장 16개 중 수령자가 확인된 것은 5개. 2007년 12월 말에 만든 4개의 금도장은 당시 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였던 정동영 의원에게 하나가 전달됐고, 나머지 3개는 프로골퍼 등 일반인에게 개당 1500만 원가량에 팔렸다. 2007년 초 제작한 12개 중 행방이 밝혀진 것은 1개로 최양식 경주시장(전 행정자치부 차관)에게 건네졌다. 나머지 금도장 11개는 주로 행안부 공무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목된 당사자들은 모두 부인하고 있다.

○ 40억 원 다이아몬드 국새도 가짜

민 씨가 지난해 초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판매하려고 전시한 40억 원짜리 ‘대한민국 다이아몬드 봉황 국새’도 가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이아몬드 봉황 국새는 지난해 판매 당시 백금을 주 원료로 30억 원짜리 다이아몬드를 넣어 만들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됐다.

하지만 경찰이 지난달 27일 민 씨의 경기 이천 공방에서 당시 판매하지 못한 다이아몬드 봉황 국새를 압수해 감정한 결과 인조 다이아몬드, 황동, 니켈로 만들어진 가짜로 밝혀졌다.

○ 대통령에게도 전달됐나

민 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현직 대통령에게 금도장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민 씨가 조사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2007년 초 금도장을 전달했고, 2004년경 고종황제의 손자인 이석 씨의 주문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옥돌 도장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도장은 주문 제작이어서 대가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 대상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고인이라 수사 대상이 아니고, 이 대통령 쪽에 전달했다는 옥돌 도장도 2004년 당시 원가가 3만 원에 불과한 데다 2007년 국새용 금으로 만든 도장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게 경찰의 설명이다.

○ 주물 기술 없어

이번 의혹이 제기된 이후 민 씨가 과연 국새 제작의 ‘정통성’을 잇는 사람인지도 관심사였다. 민 씨는 그동안 제1대 국새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석불 정기호 선생의 제자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석불의 아들 정민조 씨는 사건 이후 “민 씨는 아버지에게 배운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민 씨가 ‘서울 미아리 뒷산에서 굴을 파고 주물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며 “실제 주물은 전혀 모르는 상태”라고 밝혔다.

경남 산청에 짓고 있는 ‘국새문화원’ 사업도 4대 국새 관련 의혹이 민 씨의 사기극으로 드러남에 따라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청군 관계자는 “산청에서 국새가 제작되지 않았다면 이곳에 국새 관련 관광상품을 개발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 행안부 공무원 관리부실

행정안전부는 국새 제작 과정에서 일부 공무원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만큼 엄중 문책할 방침이다. 당초 ‘국새 제작 과업계획서’에는 금, 은, 구리, 아연, 주석 등 5가지 재료로 만든다고 돼 있었지만 담당 공무원이 국새를 납품받으면서 이들 재료가 모두 함유됐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행안부는 국새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과 새로 만드는 방안 등을 놓고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국새가 정당성을 상실한 만큼 정확한 방침이 결정되는 시점까지만 사용하고 이후로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행안부 관계자는 “디지털 시대에 국새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 이번 기회에 국새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다시 만들려 해도 큰 홍역을 치른 뒤라 선뜻 나설 전문가가 없을 것으로 예상돼 폐지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동영상=오늘도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국새 사기혐의 민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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