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심부름센터들 개인정보 불법 공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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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전문분야 정해놓고 휴대전화번호 등 교환

A 씨(56)는 변심해 행방을 감춘 젊은 애인 B 씨(32·여)를 원망하던 중 ‘무엇이든 다 해드립니다’라는 온라인 심부름센터의 광고를 접했다. A 씨는 7월 이 센터 사장 이모 씨(34)에게 30만 원을 주고 B 씨가 이사 간 집 주소와 바뀐 휴대전화 번호, 남자관계 등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이 씨는 30만 원 중 절반가량을 또 다른 심부름센터 사장 강모 씨(39)에게 건넸다. 자신보다 정보 수집에 유능한 강 씨에게 ‘외주’를 준 셈. 결국 B 씨의 개인정보는 두 단계를 거쳐 A 씨 손에 들어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불법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사고팔아 1억 원가량의 수익을 챙긴 혐의(주민등록법 위반 등)로 강 씨와 미행전문업체인 G기획 대표 양모 씨(36)를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또 이 씨 등 업자 4명과 의뢰인 17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온라인 심부름센터를 차려놓고 채무자나 불륜 배우자 등의 휴대전화번호와 주민등록초본, 신용정보 등을 주고받았다. 의뢰인에게서 건당 30만∼50만 원씩을 챙기는 한편 자신들끼리는 서로 필요할 때마다 주민등록초본과 휴대전화번호는 10만 원, 직장 주소와 신용정보 조회는 15만 원 등 가격을 정해 사고팔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보통’인 강 씨는 문구점에서 산 약속어음을 위조해 채권자로 위장하고 주민센터에서 남의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는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빼냈다. 양 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휴대전화번호와 직장 이름 등을 수집한 뒤 강 씨에게 돈을 받고 팔았다. 서초경찰서 사이버수사팀 박호상 경위는 “이들은 휴대전화번호 외에는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각자 전문 분야를 정해놓고 필요한 정보를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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