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학원 수시배치표 없애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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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전형 요소 무시… 성적만으로 대학 서열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입시업체에서 나눠주는 학교 학과 배치 참고표(수시 배치표) 실태 조사에 나섰다. 대교협은 “학교생활기록부와 모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토대로 한 수시 배치표는 수험생을 오도할 위험성이 크다”며 “조만간 교육과학기술부와 논의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대교협은 “수시의 경우 논술과 면접 등 다양한 전형 요소를 반영하는 만큼 ‘줄 세우기 식’ 점수 환산으로는 지원이 가능한 대학과 학과를 예측할 수 없다”며 “입시업체들의 상업 경쟁에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홍보 캠페인 등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교협의 이 같은 방침은 예전부터 배치표를 껄끄럽게 생각해 온 대학들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대학들은 배치표가 학교, 학과별 수준을 자의적으로 정해 대입 전반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어 문제라고 주장해왔다.

배치표는 보통 각 대학, 학과에 지원할 수 있는 수능, 내신 수준을 ‘최소학력기준’ ‘합격포인트’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접근법이 점수를 떠나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을 뽑자는 수시 전형의 기본 취지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게 대학들의 주장이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요즘 각 대학은 다양한 전형을 실시하기 때문에 학생부를 뒤집을 만한 요소가 많은데도 입시 배치표는 이를 획일적인 기준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입시 설명회 때 아무리 실제 평가 기준을 설명해도 정반대 문의가 계속 들어온다. 이는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도 “배치표를 계속 놔두면 학생 선발권이 침해될 뿐 아니라 수능 점수에 따른 대학 서열화가 고착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입시업체 관계자는 “실제 배치표로 상담을 해보면 적정 점수에 맞춰 원서를 쓰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수시 제도를 붕괴시킨다는 대학들의 주장은 지나친 오해”라고 반박했다. 다른 관계자도 “정확도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정보마저 없으면 학부모와 학생들이 더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입시에 배치표를 활용하고 있는 교사나 학생, 학부모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배치표는 참고 자료로만 쓰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것.

한 고3 교사는 “대학 입시 요강만으로는 어떤 학생을 어떤 학과에 지원시켜야 하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대교협에서 배치표를 문제 삼으려면 이에 걸맞은 자료부터 먼저 내놓는 게 순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도 “학생부에는 학교 석차만 나와 있어 전국에서 아이가 어떤 수준인지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으면 지원 전략을 세우기가 곤란하다”며 “배치표마저 사라지면 오히려 사교육 컨설팅이 더욱 활개를 칠 것”이라고 전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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