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음식점들의 수난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9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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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구군 동면에서 음식점을 하는 임영숙(45·여)씨는 요즘 밤잠을 못잔다. 열대야 때문이 아니다. 벌써 4달 째 '폐업' 상태기 때문이다.

임 씨는 "부대 근무자들이 주된 고객인데 요즘은 손님이 다 끊겨 간판만 내리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폐업이나 다름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천안함 사태의 철퇴는 군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도 사정없이 내리쳐졌다. 천안함 사태 후 군은 경계태세 강화 차원에서 '회식 자제' 지시를 내렸고, 이 때문에 전방 부대 인근의 음식점들은 찬서리를 맞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인근 부대 근무자들의 회식이나 면회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으나 회식이 사라지면서 수입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고성군처럼 그나마 바닷가를 끼고 있는 음식점들은 그나마 여름휴가 피서객들이 있어서 형편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철원 화천 양구군처럼 관광객이 드물고 군 부대만 '바라보는' 내륙 지역의 음식점들은 갈수록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임 씨는 "너무 타격이 크다. 가끔 찾아오는 부대 면회자들 외에는 손님이 없어 한 달에 50만원 하는 가게 임대료를 맞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지역은 관광객도 없어 군 부대에서 '회식'등을 풀어주지 않으면 정말 심각하다"고 하소연했다.

이곳에서 20년째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김 모(52)씨도 "지역 단골들 덕분에 버티지만 군 부대 회식은 과거와 비교해 정말 많이 줄어들었다"고 맞장구쳤다.

인근 부대의 한 관계자는 "천안함 사태 이후로 회식을 안 하고 있다. 최근 전역하는 부사관 환송회도 부대 안에서 고기를 구어 먹는 식으로 치렀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있는 서울 용산구 삼각지 일대와 육해공 3군 통합기지인 계룡대가 위치한 충남 계룡시의 상인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충남 계룡시 엄사리에서 5년 째 오리고기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45)씨는 "작년 이맘때 매출액의 딱 절반이다. 이렇게 어려운 적은 처음"이라며 "군인들 씨가 마른 것 같다. 군기도 좋고 훈련도 좋지만 지역 상인들의 입장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군 관계자는 "부대 인근 음식점들의 어려운 형편은 안타깝지만 천안함 사태를 비롯해 최근 일련의 불미스러운 군 사고들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술이나 회식 등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만에 하나 회식 자리에서 또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면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가 어떻게 되겠느냐. 당분간은 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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