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인간입니다, 때리지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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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들 ‘피살 베트남 새댁’ 추모 집회

피켓 들고 항의 베트남 출신 레티마이투 씨가 항의 피켓을 든 40여 명의 이주여성 앞에서 8일 숨진 ‘베트남 신부’ 탁티황응옥 씨의 죽음에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살해된 베트남 이주여성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며 “정부가 결혼중개업체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대연 기자
피켓 들고 항의 베트남 출신 레티마이투 씨가 항의 피켓을 든 40여 명의 이주여성 앞에서 8일 숨진 ‘베트남 신부’ 탁티황응옥 씨의 죽음에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살해된 베트남 이주여성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며 “정부가 결혼중개업체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대연 기자
“한국 국민이 정의로워지길 소원합니다.” “우리도 인간이야! 때리지 마라.”

2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앞 인도. 결혼이주여성들이 준비한 플래카드에는 이런 글들이 적혀 있었다. 이날 서울과 인천 지역 결혼이주여성 40여 명은 정신 병력이 있는 남편에게 살해당한 베트남 이주여성 탁티황응옥 씨(20)를 추모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베트남뿐 아니라 필리핀, 중국, 몽골 등 아시아 각국 이주여성들이 연대했다. 베트남 출신 레티마이투 씨(25)는 “많은 이주여성이 부산에서 탁 씨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지 못했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 트롱타오리 씨(27)가 “미안해요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보호해 주지 못해서” 라는 내용의 추모 편지를 읽자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이날 가장 서럽게 울던 필리핀 출신 주아니타 씨(59)는 “한번은 택시를 타고 가는데 택시 운전사가 훑어보며 ‘술집 여자냐, 노래방이나 가자’고 치근대더라”며 한국에서 겪는 ‘이방인’의 삶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다른 이주여성은 “집에서 책임지지 못할 정신병 환자를 우리 같은 외국인에게 떠넘기는 한국이 무섭다”고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치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나윤석 인턴기자 서강대 국문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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