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90여명 집단거부 ‘파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4일 15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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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영등포고ㆍ대영중 감사…징계 불가피
이틀째 전국 미응시자 333명…첫날 436명보다 줄어

13~14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를 치른 서울 남부교육청 관할 영등포고등학교와 대영중학교에서 90여명의 학생이 단체로 시험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특히 영등포고측은 모든 학생이 정상적으로 시험을 친 것으로 서울시교육청에 허위보고해 시험거부를 은폐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서울시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전교조 소속 교사 A 씨가 담임을 맡고 있는 영등포고 2학년 B반 학생 30여명 전원과 옆반 학생 15명 등 60여명이 전날 단체로 시험을 치지 않았다.

또, 신길동 대영중에서도 32명이 14일 평가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교조는 이런 사태가 서울시교육청이 일제고사와 관련해 12일 일선학교에 내려보낸 '대체프로그램 마련 지침' 제하의 공문을 뒤늦게 번복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진 탓이라고 주장했다.

영등포고의 경우 2학년 B반 학생들이 담임교사인 A 씨에게 "일제고사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A 씨가 "교육청 공문은 사실상 그런 뜻"이라고 답하면서 B반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집단으로 시험을 거부했다고 전교조는 설명했다.

전교조 엄민용 대변인은 "시교육청은 대체프로그램 마련이 시험 선택권을 부여하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내용의 공문을 일선학교에 보냈다고 하지만 평가 당일 시험시작 불과 한 시간 전인 오전 8시에야 도착해 A 씨는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준순 시교육청 중등교육정책과장은 "영등포고에 담당 장학사를 보내 조사한 결과 학생들은 '선생님이 시험 안 볼 사람 손 들어보라'며 사실상 미응시를 조장했다고 한다"며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시험을 보지 않은 학생들은 학교측이 대체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은 탓에 '일제고사에 대한 평소 의견'을 주제로 글짓기 수업을 실시하거나 방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영중의 경우 13일에는 정상적으로 시험을 진행했지만 14일 학생들이 단체로 평가를 거부했다.

남부교육청 임종근 중등교육과장은 "2교시 시작 전 학생 60여 명이 감독 교사에게 와서 거부 의사를 밝혔고 시험을 치도록 설득했지만 결국 32명이 시험을 치지 않았다. 무슨 이유로 갑자기 이런 태도를 보였는지 원인을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특히 영등포고는 해당 학생들의 시험지를 걷고서도 시교육청에 제출하지 않았고, 시교육청에 모든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시험을 친 것으로 보고하는 등 의도적으로 상황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장은 "10개 반 중 완벽하게 답안지를 제출한 학급이 네 개 반 뿐인데도 영등포고는 학생들이 모두 정상적으로 시험을 친 것으로 허위보고했다"며 "감사가 끝나는 대로 징계위에 회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한편 영등포고 등 감사를 진행하는 학교를 제외하고 서울지역에서 14일 시험을 거부한 학생은 45명(체험학습 9명, 등교후 미응시자 36명)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전국적으로 14일 이틀째 시험을 거부한 학생은 333명으로 집계돼 첫날 436명보다 100여명 줄었다.

인터넷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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