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인구 113만 울산, 야구장은 너무 큰 꿈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7일 03시 00분


“인구 113만 명인 울산에 야구장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4일 오후 울산 남구 옥동 문수체육공원 내 공터에서 동호인들과 야구경기를 마친 직장인 김모 씨(36)는 불만을 털어놓았다. 다른 동호인들도 “울산은 정식 야구장 하나 없는 ‘야구 불모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에 야구장 용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위해 문수체육공원을 조성하면서 6만5000m²(약 1만9600평)를 야구장 자리로 지정했다. 울산시는 2005년부터 2만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야구장을 짓기로 하고 롯데 자이언츠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롯데그룹과 접촉해 투자 의향서를 받았다. 그러나 이곳이 개발제한구역이어서 ‘도시 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상 야구장 외에 할인점 등 수익시설을 설치할 수 없게 되자 롯데는 투자를 보류했다. 그 뒤 이 법은 총면적 1만6500m²(약 5000평) 미만 판매시설은 설치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울산에 야구장을 짓겠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불황 탓이다.

울산시는 “울산 연고 프로구단이 없는 상태에서 1000억 원가량 소요될 야구장을 짓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울산지역 초중고교 야구부와 직장인 야구 동호회의 사정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모 초등학교 야구부는 운동장에서 스윙 연습만 하고 있다. 비가 오면 그마저도 못한다. 실내연습장이 없기 때문이다. 야구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남구 신정동 태화강 둔치 공터도 안전장치가 없어 산책 중인 시민들에게 공이 날아가기 일쑤다.

2005년 10월 울산에서 열린 제86회 전국체전 때는 부산과 경남 마산 구장을 빌려 야구경기를 치렀다. 체육계 한 원로는 “도시마다 야구장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국 최고 부자도시에, 시민들이 원하는 시설이라면 이제 시가 나서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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