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교 버스 추락 참사]외할머니, 세살 손자 온몸으로 감싸 살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사고순간 끌어안아 다리만 다쳐정작 본인은 골반뼈 부러지는 중상손녀 돌잔치 동행 남편-딸은 참변포스코, 직원 4명 死傷에 침통

경북 포항시를 출발해 경주시와 인천 송도, 인천국제공항을 경유하는 사고 버스에는 가족 단위로 탑승한 승객이 많았다. 주말 오후, 사랑하는 일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유가족들은 비극적인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설해용 씨(68·사망)는 막내 손녀 돌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영종도로 가는 길이었다. 부인 김순덕 씨(57)와 둘째 딸 여진 씨(39), 외손자 변세환 군(3)과 함께 이날 오전 포항을 출발했다. 설 씨의 외아들 영대 씨(31)는 한껏 들뜬 마음으로 가족들을 기다리던 중 참사 소식을 접했다. 유가족 중 가장 먼저 인하대병원에 도착한 그는 병원 측이 “아버지와 어머니, 세환 군은 치료 중이어서 면회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그 대신 그때까지 행방불명이던 여진 씨를 큰누나 형기 씨와 함께 백방으로 찾아다녔다. 형기 씨는 병원들을 돌아다니며 “우리 여진이 못 보셨어요? 회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는데…”라며 눈물을 연방 훔쳤다. 하지만 여진 씨는 사고 현장에서 사망해 인하대병원에 안치돼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살아 있다던 아버지도 병원 도착 전에 이미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찰이나 병원 어디서도 정확한 설명을 해주지 않아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도 모른 채 하루 종일 괜한 곳만 뒤지고 다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잔치를 앞두고 곱게 화장을 한 며느리도 뒤늦게 이날 돌을 맞은 아이를 업은 채 응급실로 뛰어왔다. 졸지에 돌잔치장이 아닌 병원에 모이게 된 가족들은 눈물을 머금은 채 아기에게 “생일 축하해”라고 말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그나마 변 군이 다리만 부러지고 목숨을 건진 것은 외할머니 덕분이었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김순덕 씨는 사고 순간 손자를 품속 깊숙이 끌어안아 추락에 따른 충격으로부터 손자를 보호한 것이다. 김 씨는 골반 뼈가 모두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이번 사고로 직원 2명이 죽고 2명이 부상한 포스코도 침통한 분위기다. 포스코에 따르면 포스코 기술연구원 제선연구그룹 소속 이시형 전문연구원(45)과 포스코건설 노정환 이사보(49)는 사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 연구원은 중상을 입은 서인국 그룹리더(52)와 함께 호주 출장을 위해 사고 버스를 탔다. 노 이사보는 회사 동료인 정흥수 대리(48) 등과 함께 부부 동반으로 3박 5일간 싱가포르 여행을 떠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노 씨 유가족은 “부부가 여행도 자주 다니고 금실이 좋았다”며 “군에서 막 제대한 아들이 걱정된다”며 눈물을 보였다. 포스코 측은 “출장길에 변을 당한 이 씨는 산재처리가 되기 때문에 조만간 보상 등 유족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가족장이나 회사장 등 유족들의 뜻에 따라 장례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사망자 명단 ▼

△설해용(68) △공영석(49) △노정환(49) △이정애(49·여) △이시형(45) △예규범(52) △설여진(39·여) △고은수(17·여) △임찬호(42) △이현정(39·여) △임성훈(9) △임송현(3·여)


▲ 동영상 = 뒤집혀 찌그러진 인천대교 추락 버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