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도-교원평가 반대” 중고생 단체가 홍보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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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나로’ 9일 거리집회 예정… “소극적인 전교조 독려”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이후 학업성취도평가와 교원평가 반대 운동이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고교생이 주축이 된 청소년 단체가 이 운동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청소년 인권운동단체 ‘아수나로’는 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일제고사 거부와 교원평가 반대’를 위한 거리집회를 개최한다. 이들은 평등학부모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회원 등과 함께 학업성취도평가 전날인 12일까지 서울지역 학교와 지하철 등을 돌며 ‘일제고사 반대’ 홍보전에 나설 계획이다. 학업성취도평가 당일인 13일 오후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일제고사 교원평가 경쟁교육 폐지’를 주제로 문화제를 연다.

아수나로는 최근 서울지부 회의에서 “전교조가 요새 잘 움직이지 않고 있다. 참학(참교육학부모회)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당선됐으니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9일 집회와 관련해) 전교조에 문자를 보내라고 압박하자는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외부에는 아수나로 회원들이 (일제고사 거부) 체험학습에 참여하는 것처럼 알리고 당일에는 일제고사 반대 캠페인을 하러 간다”는 전략도 세웠다.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이후 전교조가 ‘일단 교육감을 지켜보자’는 태도인 것에 반해 청소년 단체는 전교조를 압박해 운동을 확산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2005년 1월 결성한 아수나로는 중고교생이 중심이 된 학생인권운동 단체다.

■ 카페회원 6691명… 학생인권조례 제정 압박할듯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의 소설 ‘엑소더스’에 나오는 청소년 조직 ‘아수나로’의 이름을 따 왔다. 아수나로는 일본에서 자라는 상록수의 하나로 ‘불멸, 불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소설에서 아수나로는 자신들을 위한 땅을 구해 ‘대안자치국가’를 만드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아수나로는 결성 이후 서울 광주 인천 등 8개 지역에 지부를 두고 두발 규제 반대, 체벌 반대 등 청소년 인권운동을 주로 벌여왔다. 최근에는 ‘일제고사 거부 체험활동’과 ‘교원평가 반대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들이 만든 ‘교원평가 반대’ 선전지를 전교조 서울지부에서 학생 선전용으로 활용하고 있을 정도다. 아수나로 인터넷 카페에는 4일 현재 6691명이 가입해 있다. 이들은 학교명이나 실명을 쓰지 않는다.

이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서울시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 추대위에 주요 단체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진보 성향 교육감 후보들을 초청해 학생인권신장 정책 협약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협약식에 참석했다. 1일 곽 교육감 취임식에서는 ‘인권조례○ 일제고사× 무상교육○ 교원평가×’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를 대신 읽을 때는 ‘지켜보고 있다’는 피켓으로 바꾸기도 했다. 2일에는 전국 교육감과 교육의원들에게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고 일제고사나 자율고처럼 학생들을 경쟁시키는 정책을 중단하며 무상급식을 실시하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교육계에서는 앞으로 이들이 진보 교육감의 공통 공약인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개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아수나로는 2009년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조례 기획단에 참여했다. 당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자문위원회 위원장은 곽 교육감이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안에는 아수나로가 주장한 강제 야간자율학습 금지, 두발 자유, 체벌 금지 등이 그대로 들어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아수나로와 같은 청소년 운동은 4·19혁명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현안에 대한 청소년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독자적으로 이념이나 견해를 갖기엔 미성숙하기에 위험할 수 있다”며 “특히 진보 교육감이 나왔다고 교원평가나 성취도평가를 적극 반대하는 것은 교육을 정치화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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