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나눔과 봉사]서민금융-자원봉사의 만남… 미소희망봉사단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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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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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전문가 노하우, 봉사자 일손 기부 ‘서민 자활 도우미’로

《“장사가 잘되면 세금도 많이 내야 한다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세금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혀 없어서요.” 25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식당. 점심 손님들이 몰리기 전인 오전 10시경 주인 이모 씨(63·여)는 회계사와 은행 지점장, 창업 컨설팅회사 대표 앞에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 전문가는 이 씨에게 사업 노하우를 가르쳐 주러 온 미소희망봉사단 단원이다. “세금 분야가 어렵긴 하지만 낙담하지 마세요. 방법을 찾아봅시다.”》

“재료비 영수증 챙기세요”
절세 노하우-식당메뉴 등 현장서 원스톱 컨설팅
대출자들 돈 빌리고나서 어디에, 어떻게 쓸지 몰라 종잣돈 안되는 경우 많아


“식당 메뉴에 유기농 쌈밥을 추가하면 어떨까요.” 창업컨설팅 회사 대표와 회계사, 은행 지점장으로 구성된 미소희망봉사단 단원들이 25일 미소금융의 지원으로 점포를 넓힌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식당을 방문해 식당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식당 메뉴에 유기농 쌈밥을 추가하면 어떨까요.” 창업컨설팅 회사 대표와 회계사, 은행 지점장으로 구성된 미소희망봉사단 단원들이 25일 미소금융의 지원으로 점포를 넓힌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식당을 방문해 식당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이 씨는 10년 전부터 같은 자리에서 족발집을 운영해왔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나빠지면서 배달원 인건비조차 부담이 됐다. 그렇다고 식당으로 직접 찾아오는 손님만 상대해 영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26㎡(약 8평) 남짓한 공간에 식탁이 고작 2개였기 때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올해 2월 포스코미소금융재단 서울지점으로부터 시설개선자금 1000만 원을 빌릴 수 있었다. 식당 옆 교회 창고를 얻어 벽을 허물고 손님들이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을 추가로 만들었다. 메뉴도 단가가 높은 족발에서 비교적 저렴한 찌개류 등으로 바꿨다. 그 덕분에 한 달에 100만 원 남짓 하던 매출이 2배 넘게 늘었다. 하지만 장사가 잘되다 보니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 각계 전문가들 현장서 노하우 전수

“매출이 늘어난 만큼 이제는 부가가치세를 내셔야 합니다.”

권영모 회계사(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가 나섰다. 하지만 권 회계사의 설명에 “돈 많이 벌어서 세금을 많이 내는 게 소원”이라던 이 씨가 손사래를 쳤다. 부가가치세, 공제 등과 같은 세무용어에 적잖이 당황한 듯했다. 권 회계사는 알기 쉬운 말로 풀어서 이 씨가 이해할 때까지 반복해서 설명했다. 이 씨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고개를 연방 끄덕였다.

“사장님, 앞으로는 영수증은 무조건 다 챙겨두세요. 음식 재료비 영수증만 있어도 나중에 세금에서 돌려받을 수 있거든요.”

메뉴도 문제였다. 족발에서 메뉴를 바꾸었지만 가게 벽에 붙어있는 음식 종류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돈가스가 전부였다. 식당을 확장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온 옛 단골마저 “메뉴가 부실하다”고 불평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창업 컨설팅회사인 그린F&F의 김종웅 대표 차례였다. 그는 “쌈밥은 어떨까요”라며 운을 뗐다. 지금의 메뉴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차별화된 음식을 제공하기에는 쌈밥이 제격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 “쌈으로 쓸 유기농 채소가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상추보다 계절에 따른 가격 변화가 적고 비교적 오래 보관할 수 있어서 경제적”이라고 귀띔했다.

이 씨는 상담을 마치고 식당을 나서는 봉사단원들을 배웅하며 거듭 감사의 말을 전했다.

○ 680여 명 가입… 대기업도 참여 의사

그동안 미소금융사업은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돈을 빌려주는 데 그쳤다. 그러나 돈이 저소득층의 자활을 돕는 ‘충분조건’은 아니다.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영업 노하우나 가게 운영에 필요한 각종 지식이 없다면 미소금융 대출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 저소득층의 자활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미소희망봉사단이다. 서민금융과 자원봉사의 만남을 통해 미소금융 수혜자가 성공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사회 각계각층의 전문가 그룹, 학생, 일반인들이 십시일반으로 자신의 재능과 지식, 일손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봉사단은 도움을 요청하는 서민들의 생업현장에 적절한 자격을 갖춘 자원봉사자들을 수시로 투입할 방침이다. 예컨대 미용실을 열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이가 있다면 캠페인 참여의사를 밝힌 미용업 관계자와 부동산 전문가가 미용실 개업 노하우를 가르쳐 주고 입지 선정에 대한 조언도 해준다.

미소금융중앙재단과 동아일보, 금융위원회는 29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미소희망봉사단 창단식을 열고 ‘2010 나눔과 봉사’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이규성 봉사단 회장(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하나금융그룹 회장), 배인준 동아일보 주필, 고두심 미소희망봉사단 홍보대사(탤런트),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이순동 삼성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조명재 LG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신헌철 SK미소금융재단 이사장, 박정희 롯데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이종휘 우리미소금융재단 이사장, 홍성표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이우철 생명보험협회 회장, 이상용 손해보험협회 회장, 라비 쿠마르 KAIST 경영대학장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29일 현재 전문가와 학생 등 683명이 봉사단에 가입했으며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포스코, 롯데, 우리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법무법인 세종, 한국금융연수원 등 14곳이 단체로 참여할 뜻을 밝혔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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