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살해범, 범행전 또다른 여성 납치 시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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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동네서 20대 탈출뒤 신고
경찰은 단순 폭력사건 처리

대구 여대생 납치 살해사건의 피의자 김모 씨(25·구속)가 범행 1주일 전에도 20대 여성을 납치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 여성의 신고를 받고서도 단순 폭력사건으로 처리해 결국 제2의 범행으로 이어지게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7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 씨는 16일 오전 3시경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옆 도로에서 학원강사 B 씨(26·여)를 자신의 승용차로 뒤에서 들이받아 넘어뜨렸다. 이어 김 씨는 B 씨를 차에 강제로 태웠으나 B 씨가 반대편 차 문을 열고 탈출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B 씨가 납치될 뻔했던 장소는 23일 여대생 이모 씨(26)가 납치된 곳 부근이었다.

B 씨는 이런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이를 부녀자 납치 미수가 아닌 단순 폭력사건으로 처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폭력을 당한 상태에서 차에 탔다가 곧바로 내렸기 때문에 납치사건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납치 미수사건은 경찰이 김 씨의 여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1주일 전쯤 수성구 지역에서 20대 여성을 납치하려다 실패했다”는 진술을 받아낸 후 알려졌다. 경찰은 B 씨를 불러 대질 조사한 뒤 납치 미수 사실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당시 경찰이 문제의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20대 여성 납치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더라면 제2의 범행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B 씨 납치에 실패한 다음 날인 17일 오후 10시경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앞 번호판을 훔쳐 자신의 승용차에 바꿔 단 뒤 1주일가량 수성구의 특정 아파트 단지 일대를 오가며 범행대상을 찾다가 23일 이 씨를 납치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직업이 없는 김 씨는 지난해 동거하던 여자가 임신을 하면서 생활고를 겪자 사채를 쓰기 시작했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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