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으로 둔갑한 여우 생식기

주부 김모 씨(39)는 15일 친구의 소개로 신통력이 뛰어나다고 소문이 난 경기지역의 한 무속인을 찾아갔다. 사업을 하는 남편이 최근 자주 외박을 하는 등 바람을 피우는 것 같아 무속인에게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 무속인은 작은 나무상자를 건네며 "여우 생식기가 들어 있는데 몸에 지니고 있으면 남편의 바람기가 그칠 것이니 안심하라"며 30만 원을 받았다.

인천세관은 개체수가 줄어 멸종위기에 처한 암컷 북극여우의 생식기를 몰래 수입한 혐의(관세법 위반)로 무속용품판매업자 심모 씨(57)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세관에 따르면 심 씨는 지난 달 6일 중국 웨이하이(威海)의 한 무역상에게 북극여우 생식기를 구해달라고 부탁해 4900여개를 도자기와 양초 등이 들어 있는 상자에 담아 중국산 공예품인 것처럼 속여 인천항을 통해 몰래 들여왔다. 이어 심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판매점을 찾는 무속인이나 여성들에게 '여우 생식기를 갖고 있으면 바람을 피운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고, 미혼 여성은 시집을 갈 수 있으며, 유흥업소 여종업원은 손님이 몰린다'며 5만~50만 원을 받고 이를 부적으로 판매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세관 관계자는 "심 씨에게서 압수한 여우의 생식기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서울대 야생동물 유전자은행에 의뢰한 결과 '근친교배가 이뤄진 북극여우들이며 대량으로 사육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생식기 부적은 인터넷쇼핑몰, 점집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