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불심검문 대폭 강화… 인권침해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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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품 조사하고 신분증-임의동행 요구 가능
인권위 “기본권침해 소지”… 개정안 ‘수정’ 권고

경찰관의 불심검문 권한이 대폭 강화된다. 또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면 현장에서 강제로 격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일부개정안 15건을 통합해 조정한 통합개정안을 마련해 지난달 27일 의결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그동안 사용돼왔던 ‘불심검문’이라는 용어는 일본식 표현이란 지적에 따라 ‘직무질문’으로 변경된다. 앞으로 검문은 ‘직무질문→신원확인→임의동행’식의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신원확인 시 경찰관이 대상자의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 제시를 요구할 수 있다. 그동안 경찰관의 신분증 제시 요구는 법적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

신분증이 없을 경우 동의를 얻어 지문을 확인할 수 있다. 당사자가 현장에서 질문받길 원하지 않거나 교통이 크게 방해될 경우, 신원확인이 불가능할 경우는 경찰관이 경찰관서로 ‘임의동행’을 요구할 수 있다. 단, 인권보호 차원에서 대상자가 경찰관의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검문 시 대상자가 무기뿐 아니라 흉기, 위험한 물건을 갖고 있는지를 경찰관이 조사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추가됐다. 차량, 선박 검문권한이 신설돼 범인 검거 시 자동차, 선박을 멈춰 운전자에게 질문하거나 차량 내부를 뒤져 무기, 마약 등이 실렸는지를 조사할 수 있게 된다.

취중에 소란을 피우는 사람을 제지하고 격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공공장소에서 음주 후 소란을 유발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현장에서 강제로 격리된다. 기존에는 술에 취해 난동을 피워도 경범죄처벌법(벌금 5만 원)만 적용됐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지만 지난달 여야 합의로 의결됐기 때문에 6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이번 개정안이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고 보고 개정안을 수정, 보완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압수수색영장 없이 시민의 가방, 차량, 선박을 수색할 수 있다는 것은 헌법에서 규정하는 영장주의를 위반하는 것인 데다 거부권이 명시되지 않아 사실상 강제조항”이라며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요소가 있다는 결정문을 작성해 국회의장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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