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와 술자리 중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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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유족급여 지급 판결

경남 거제시의 한 대형 조선업체에서 기관실 장비 검사 업무를 담당하던 이모 씨(사망 당시 48세)는 지난해 3월 거제시의 한 고깃집에서 선주 회사 측이 “배를 잘 만들어 줘 고맙다”며 마련한 회식 자리에 참석했다. 이 씨는 이 자리에서 소주 1병을 마셨고 인근 단란주점으로 옮겨 동료들과 함께 맥주 여러 병을 마셨다. 얼마 뒤 이 씨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자리를 떴다. 동료들은 한참이 지나도 이 씨가 돌아오지 않자 찾아 나섰고 주점 입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이 씨를 발견했다. 이 씨는 곧바로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결국 뇌출혈로 숨을 거뒀다.

유족들은 이 씨가 업무상 재해로 숨졌다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이 씨가 다니는 회사가 회식을 주최한 것이 아닌 데다 회식 성격도 거래처가 마련한 근무시간 외 모임에 불과하다”며 이를 거부했고 유족 측은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서태환)는 “공단은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씨가 과음을 해 사망 원인을 일부 제공한 측면이 있지만, 거래처의 공식 초청으로 회식이 이뤄진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씨가 독자적이고 자립적인 결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거래처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회식이 노무관리 또는 사업 운영상 필요한 것이어서, 회사의 관리나 지배를 받는 상태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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