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대전 유성구 봉명동 온천문화의 거리. 유성구청이 5억 원 이상을 들여 지난달 30일 개막한 ‘이팝꽃축제’ 마지막 날 행사가 한창 열리고 있었다. 군 휴양시설인 계룡스파텔에서 홍인호텔에 이르는 1km 구간의 축제거리에는 체험학습, 재활용품 판매코너 등도 마련돼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먹자판’ 분위기였다. 무려 네 군데에서 노래자랑코너가 열려 요란한 밴드소리가 귀청을 울렸다. 부스 대부분은 술과 안주 판매코너가 차지했다.
한 치킨 판매부스 앞에서는 “500원만 에누리해달라”는 할머니와 주인 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다른 파전코너에서는 “꼭 선불이어야 하느냐”며 항의하는 손님도 있었다. 음식 판매코너 식탁 밑에는 막걸리가 흘러내려 악취가 진동했다. 귓전을 때리는 음악소리 때문에 앞 사람과의 대화조차 불가능했다.
천안함 사건으로 숙연했던 며칠 전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이 유성은 천안함 희생자 46명이 영면하는 국립대전현충원이 위치한 곳이라 더욱 씁쓸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이팝꽃축제’에 꽃은 단 한 송이도 피지 않았다는 점.
“꽃축제에 정작 꽃은 한 송이도 볼 수 없으니 어떻게 된 일이죠.” 매년 5월 10일 경 열리는 이팝꽃축제가 올해에만 유독 10여 일 앞당겨진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의아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봄 이상한파 등으로 축제기간에 꽃이 피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도 재출마하는 현직 구청장의 정치일정에 맞추려다 보니 축제가 앞당겨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시민은 “꽃피는 시기는 6·2지방선거 후보등록 마감 시기로 현직 구청장이 축제장에서 생색을 낼 수 없는 시기다. 그러다 보니 꽃 없는 꽃축제가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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