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휴대전화로 쌓아
장애인-지진 피해자등 지원
작년 소멸 포인트 810억
금융당국, 자동기부 추진
대학생 김민정 씨(오른쪽)가 이화여대 종합사회복지관이 에버랜드에서 주최한 저소득 노인 봄나들이 행사에서 노인을 부축하며 걷고 있다. 그는 고교 시절 소아암에 걸렸지만 삼성카드 회원들의 포인트 기부 등 주변의 도움을 받아 병을 치료했다. 사진 제공 김민정 씨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지난달 29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김민정 씨(22·여)는 어머니와 함께 이화여대 종합사회복지관이 주최하는 봉사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하루 종일 저소득 노인의 수발을 들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김 씨는 3년 전만 해도 소아암의 일종인 악성 림프종에 걸려 힘겹게 병원과 집을 오가는 처지였다. 병원비와 약값 지출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졌고 고등학생이었지만 입시 준비는 꿈도 못 꿨다. 하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병을 치료한 뒤 대학에 진학했고 지금은 학교를 잠시 쉬면서 영어와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각종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 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고마운 이웃 중에는 삼성카드도 있었다. 삼성카드는 2005년 2월 회원들의 보너스 포인트와 카드 결제로 600만 원을 모아 김 씨에게 전달했다. 김 씨의 어머니는 “발병한 지 1년이 지나 더는 돈을 빌릴 곳도 없을 때였는데 얼굴도 모르는 회원들이 조금씩 도와줘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2003년부터 같은 방식으로 100명이 넘는 백혈병 소아암 환자들을 지원했다. 모금에 참여한 카드 회원과 임직원은 2만 명이 넘는다.
이처럼 신용카드나 휴대전화 사용, 적립카드 이용을 통해 모은 포인트로 이웃을 도우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참여할 수 있어 간단하고,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포인트를 활용하는 것이어서 부담도 작다. 기부한 금액에 대해서는 연말에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다. 한 번의 ‘클릭’으로 이웃의 귀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포인트 기부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용카드사들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2004년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기부한 포인트는 모두 38억1000만 원에 이른다. 전용 사이트를 운영하거나 전용 카드를 만드는 곳도 적지 않다.
신한카드는 포인트 기부 전용 사이트 ‘아름인’(arumin.shinhancard.com)을 2005년 만들고 포인트를 노인 장애인 아동 환경 문화 정치 등 원하는 곳에 기부하게 했다. 사이트를 통해 기부한 금액은 2005년 3억4000만 원에서 지난해 9억1000만 원으로 급증했다. 신한카드 이준호 차장은 “인터넷에 친숙한 20, 30대 젊은 고객들의 참여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는 사용액의 0.5%를 적립해 기부하는 국내 최초의 기부 전용카드도 발급하고 있다. 이 카드는 지난해 10월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가입해 화제가 됐다. 금융 당국도 카드사들이 포인트 기부를 확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5년 동안 사용하지 않아 소멸된 포인트가 지난해에도 810억 원이나 됐다”며 “소멸이 예정된 포인트의 자동 기부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 이천시에 사는 김민경 양(10)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퇴행하는 희귀병인 크라베 질환을 앓고 있다. 하트-하트재단은 지난해 SK텔레콤이 진행하는 모바일 기부 프로그램을 활용해 모금한 180만 원과 헌혈증 107장을 김 양의 부모에게 전달했다. 김 양의 어머니는 “월세를 사는 형편에 치료비를 마련할 방법이 없어 막막했다”며 “모바일 모금 액수가 크지는 않지만 재활치료를 받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가입자는 휴대전화 요금으로 적립되는 레인보우 포인트와 OK캐쉬백 포인트를 활용해 원하는 곳에 기부할 수 있다. 휴대전화에서 ‘**1004’를 입력한 후 ‘네이트(NATE)’ 버튼을 누르거나 웹사이트(ttogether.tworld.co.kr)에 접속해 기부할 수 있다. 희귀병 어린이 치료, 중국 칭하이(靑海) 성 지진 구호, 필리핀 철거민 지원 등 기부처가 다양하다. KT 가입자도 집 전화와 휴대전화로 쌓은 마일리지를 기부할 수 있다.
신용카드와 휴대전화 외에 주유소 보너스카드, 쇼핑몰 적립 포인트로도 이웃을 도울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포인트나 마일리지 기부 제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외국 항공사와 달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항공 마일리지로 기부를 할 수 없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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