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사람을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 법안이 28일 국회 본희의를 통과했다. 이 의료법 개정안은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10월경 시행한다.
쌍벌제 법안은 2008, 2009년에도 발의됐으나 의료계의 반발이 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2월 발의 이후 두 달 만에 상임위와 법사위를 일사천리로 통과한 뒤 이날 본회의에서도 의원 194명 중 191명이 찬성하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이번에 의결한 의료법·약사법·의료기기법 개정안은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료인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의 형사처벌이나 ‘과징금 없이 1년 이내의 자격정지’의 행정처분을 받도록 했다. 리베이트로 얻은 경제적 이익은 모두 몰수한다.
리베이트의 범위도 정했다. 리베이트는 의약품 판매 촉진을 위해 제공하는 금전, 물품, 노무 등 모든 경제적 이익을 포함한다. 법사위 심의 과정에서 기업의 기부행위도 포함해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개정안보다 규정을 강화했다.
다만 의료기관과 약국에서 의약품을 구입할 때 현금으로 하거나 결제를 빨리 할 때 약값을 할인해 주는 ‘백마진’은 금융비용으로 인정했다. 음성적으로 이뤄졌던 ‘백마진’을 합법화해 의료기관과 약국이 의약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길을 터준 것.
쌍벌제가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정부가 추진 중인 ‘시장형실거래가제(저가구매인센티브제)’ 10월 시행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저가구매인센티브제는 리베이트만큼 약을 싸게 사면 이 중 일부를 병의원에 돌려주는 제도다. 정부는 저가구매인센티브제로 의료계를 달래며 쌍벌제로 의료계를 압박할 수 있게 됐다. 쌍벌제 도입 없이 저가구매인센티브제를 실시하면 리베이트만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해 온 제약업계도 더는 반대할 명분이 없어졌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는 ‘형법과 의료법에 의한 이중처벌이 우려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62차 대한의사협회 대의원정기총회에서는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이 보낸 화환에 참여 회원이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리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좌훈정 의협 대변인은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본다는 점에서 일선 회원들의 반감이 크다”며 “항의 집회,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불신임 운동 등 모든 방법으로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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