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나이롱 환자’ 속셈은 금품털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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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서 12차례 200만원 절도

지난달 8일 오전 9시경 광주 북구 풍향동 모 병원 3인용 병실. 교통사고 환자 변모 씨(32)가 같은 병실 환자 채모 씨(31) 사물함을 조용히 뒤졌다. 변 씨는 현금 6만8000원과 고급 라이터 등 시가 7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챙겼다. 그런 다음 변 씨는 슬그머니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서둘러 병원을 빠져나왔다.

변 씨는 올 1월부터 3개월 동안 ‘교통사고를 당해 목이 아프다’는 거짓말을 하며 병원에 입원했다. 예전에 사귀던 여자친구의 오빠 인적사항을 둘러대며 수속을 밟았다. 병원 치료비가 퇴원할 때 내는 후불제라는 허점을 노린 것. 변 씨는 같은 병실 환자들의 생활 습관을 파악한 뒤 빈틈을 타 범행을 했다. 같은 수법으로 12차례 2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변 씨는 5년 동안 사기 혐의로 수배를 받고 있는 데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처지였다. 그는 오갈 곳이 없자 숙식할 장소로 병원을 선택했다. 병원 금품털이로 생활비도 마련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12일 변 씨를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을 빠져나와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변 씨를 10일 붙잡았다”며 “변 씨는 2년째 PC방이나 만화방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으로 수시로 병원에 입원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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