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단호 대응’ 발언 배경은 靑 “심증 있지만 물증없어” 외부든 내부든 원인 확인땐 강도 높은 대응 나설듯 元국정원장 정보위 출석… “北연루 단정 어렵다” 신중
천안함 침몰 원인을 놓고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로 제기되고 있는 북한 배후설에 대해 대북 정보를 총괄하는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6일 신중론을 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내부적으로는 북한이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심증을 갖고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경로로 원인을 규명하고 추후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원 국정원장은 북한 배후론과 관련해 “북한 내부의 정무적 상황을 종합해 판단할 때 천안함 침몰 사건과 북한의 관련 여부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정보를 교환하고 있지만 북한군의 도발이라면 교신 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사건 전후로 의미 있는 특이 동향은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북한의 연관 여부를 단정할 수 없으며 확실히 하려면 (인양 뒤) 파편 등을 꺼내서 물증이 나와야 북한 연루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 국정원장은 여당 의원들이 서해를 관할하는 초강경파인 김격식북한 4군단장의 단독 행동 가능성을 묻자 “만에 하나라도 북이 연루됐다면 이 정도의 프로젝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사 없이 단독으로 이뤄질 순 없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천안함 문제에 북한이 관련됐다고 바라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바라는 사람도 있는데, 이번 사건은 객관적으로 철저하게 확인할 것”이라며 섣부른 예단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식 발언과 달리 청와대 핵심부에서는 이번 사고에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관련돼 있을 것이라는 심증을 갖고 원인 규명을 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 대통령이 6일 국무회의에서 민군 합동조사단장에 민간인을 앉히고 외국 전문가와 공동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도 궁극적으로는 북한 연루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까지를 대비한 다중포석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단호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냐. 더욱이 우리가 물증을 확보했다고 해도 그게 우리 단독으로 결론 내린 것이라면 어떤 식으로 북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느냐”며 “이 때문에 국제사회가 이번 조사에 참여토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등을 통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까지도 감안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천안함 사건이 우리) 내부의 문제라면 군에 대한 인책이 뒤따를 것이고, 북한의 문제라면 강도 높은 대응에 착수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라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고, 그 결과에 대한 다른 나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증과 별개로 신중론을 견지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듯 원 국정원장은 이날 4시간 가까이 진행된 정보위에서 무엇 하나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박영선 의원은 “책임 있는 답변이 없었다”며 “평소와는 달리 ‘저기’ ‘거기’ 등의 말이 답변의 20%를 차지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원 국정원장은 주로 ‘만약 북한이 개입한 증거가 있다면’ 등의 가정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청와대 내부에서 북한 연루설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배경에는 보수층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여론 환기 측면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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