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사고 18시간 지나서야 실종자 가족에 경위설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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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분한 가족들 부대로 진입
헌병들이 총 겨누는 상황도

천안함 침몰사고 실종자와 부상자 가족들 사이에서 군 당국의 미숙한 대응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종자가 46명에 달해 가족은 물론이고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군 당국은 사고경위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보안 통제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대부분 26일 밤늦게 언론보도를 통해 사고 소식을 접하고 급히 경기 평택시의 해군 2함대사령부로 달려왔다. 하지만 군 당국은 사고발생 후 18시간이 지난 27일 오후 3시까지 아무런 경위 설명도 없이 ‘실종가족 대기실’에 머무르게 했다. 실종된 조지훈 일병(20)의 외삼촌 정길조 씨(45)는 27일 오전 “속이 터져 달려온 실종자 가족들을 방 하나에 방치해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군 당국의 이해할 수 없는 대처는 이어졌다. 27일 오후 3시 실종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천안함 생존자 4명의 상황 설명회를 열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기자들과 함께 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묵살되면서 흥분한 실종자 가족 100여 명이 헌병의 제지를 뚫고 부대 정문을 밀치고 부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10여 분 뒤 출동한 ‘5분 대기조’ 병사들이 군용 트럭에서 내리다 실종자 가족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일부 병사가 가족들에게 총을 겨눴다. 현장을 지켜본 실종자 가족 박모 씨(29)는 “길만 막는 줄 알았는데 총을 겨눠 깜짝 놀랐다”며 “민간인에게 총을 겨누느냐”고 흥분했다.

이어 시작된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의 설명회에서도 양측의 충돌이 이어졌다. 오후 6시 상황을 설명하던 최 함장이 “구조작업을 도우러 가겠다”며 갑자기 설명회장을 빠져나가자 실종자 가족들이 한꺼번에 몰려든 것. 이들 가운데 3명은 최 중령이 타고 있던 차량의 앞 유리를 완전히 부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위에 실종자 가족이 매달린 채 빠져나가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평택=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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