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아닐거야… 살아있지” 실종병사 홈피 기원글 쇄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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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충격의 휴일
“46명 모두가 우리 아들-동생
구조작업 빨리 진행됐으면”
사찰-교회 “무사귀환” 기도
프로축구 선수-관중도 묵념

“강원도 전방에서 복무 중인 아들이 목소리에 힘만 없어도 하루 종일 신경이 쓰이던데 아들의 생사를 알 수 없는 부모 심정이 어떻겠어요. 다들 내 자식 같은데….”(김성희 씨·48·주부)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한 지 사흘째인 28일 시민들과 누리꾼들은 해상을 지키다 뜻밖의 사고로 실종된 사병 46명의 소식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며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시민들은 시시각각 전해지는 속보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눈과 귀를 떼지 못했다.

2년 전 제대한 대학생 송영윤 씨(25)는 “내 동생이나 형 같은 해군 사병들의 생사를 알 수 없다니 정말 안타깝다”며 “실종된 사람들이 혹시 밀폐된 공간에라도 생존해 기적같이 살아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조혜진 씨(22·여)는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사건에 마음 졸였을 것”이라며 “나도 이런데 부모님들의 슬픈 심정을 어떻게 알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실종 승조원들의 개인 미니홈페이지에는 이들의 생환을 바라는 애타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날려날려 편지. 11월 제대’라는 문구와 함께 부대 주소가 적혀 있는 정범구 상병(22)의 미니홈피에는 방문객이 줄을 이었다. 정 상병의 한 지인은 “뉴스를 보다가 정범구란 이름을 발견하고 제발 아니기를 빌었는데 왜 배 이름도 같고, 계급도 같은 것이냐”라며 “너 전역하면 거하게 쏘려고 돈 모으고 있으니 제발 전화해 달라”는 절절한 글을 남겼다.

민간단체 구조 자원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침몰한 지 사흘째인 28일 오후 백령도 여객선 나루에서 민간구조단체인 한국구조연합회의 탤런트 출신인 정동남 회장(왼쪽)이 구조작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백령도=전영한 기자
민간단체 구조 자원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침몰한 지 사흘째인 28일 오후 백령도 여객선 나루에서 민간구조단체인 한국구조연합회의 탤런트 출신인 정동남 회장(왼쪽)이 구조작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백령도=전영한 기자
군복을 입고 선실에서 찍은 사진이 걸려 있는 이용상 병장의 미니홈피에도 지인 김자영 씨가 “너 아닐 거야, 그치. 너를 믿어. 같이 운동도 하고 나랑 맥주도 한잔 마시기로 했잖아”라는 글을 남겨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이상민 병장(22)의 미니홈피에도 “입대 같이하고 훈련도 같이 받았으면 제대도 평택에서 같이 해야 될 것 아니냐. 꼭 돌아와라”(지인 이명재 씨) 등 심금을 울리는 글들이 쏟아졌다.

과거 천안함에서 근무했던 전역자나 현역 군인들도 ‘대한민국 해군 천안함 전우회’ 카페에 실종된 후배들의 생환을 기원하는 글을 올렸다. “193기 천안함 내연부사관으로 2년 4개월 동안 근무한 사람입니다. 천안함은 고장도 거의 없었고 2함대 최장기 출동함으로서 상도 많이 받은 배입니다. 이렇게 가라앉을 수는 없는 일인데….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들 분명히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정 하사)

한 천안함 근무 전역자도 “천안함에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승조했었고 1999년 연평해전에 천안함을 타고 전투에 임했던 사람”이라며 “뉴스를 보고 가슴이 아려오는데 부디 많은 분들이 귀환하길 빈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한편 사찰과 교회, 성당 등지에서도 실종자의 무사 안녕을 비는 기도와 묵념이 이어졌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 동신교회 예배에서 교인들은 실종 장병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했다. 프로축구 경남 FC와 수원 삼성의 경기가 열린 창원축구센터에서도 경기 전 선수들과 관중 8000여 명이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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