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태안에 가면 추억의 ‘오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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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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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버스안내양’ 2명 인기… 노인들 돕고 관광 안내까지

태안군의 농어촌버스 차장(안내양) 1호인 정화숙 씨가 한 노인 승객의 짐을 대신 버스에 실어주고 있다. 지명훈 기자
태안군의 농어촌버스 차장(안내양) 1호인 정화숙 씨가 한 노인 승객의 짐을 대신 버스에 실어주고 있다. 지명훈 기자
충남 태안군에서는 버스안내양(차장) 제도가 2006년부터 다시 운영되고 있다. “오라이(All right)”를 외친 뒤 버스 옆면을 탕탕 치는 차장의 모습에서 관광객들은 아련한 옛 추억에 잠긴다.

태안군에는 태안읍과 이원면, 근흥면, 고남면과 소원면을 잇는 4개 버스노선에서 40대 주부 2명이 차장으로 일한다. 이들은 관광객에게는 만리포해수욕장과 안면도 등 버스노선상의 주요 관광지를 소개해주는 가이드 역할도 겸하고 있다. 눈이 어두운 승객의 휴대전화를 대신 걸어주는가 하면 승객들이 무료하지 않게 말 상대도 돼 준다. 노인들은 정류장마다 오르내리며 짐을 실어주고 내려주는 차장 덕분에 장보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좋아한다. 2006년부터 태안∼안흥 노선을 달리는 안내양 1호 정화숙 씨는 승객이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 모두 기억하고 있어 설령 잠이 들더라도 깨워줄 정도다.

태안군은 농어촌버스 운행업체인 태안여객과 협의해 5월부터 차장 1명을 추가로 채용하기로 했다. 차장들의 보수는 태안군의 보조금으로 충당한다. 태안여객 관계자는 “하루 운행버스 37대 중 차장이 탑승하는 버스는 6, 7대”라며 “차장제도 도입 이후 승객이나 운임 수입이 크게 늘어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승객들의 반응은 매우 좋다”고 말했다. 태안군 관계자는 “차장제도가 노인들에게는 향수를, 젊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고 신기한 과거로의 여행을 선보이는 셈”이라며 “계속해서 지역 명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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