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성폭행 현장에 출동했으나 ‘애인 사이’라는 말에 속아 범인을 놓아주었다가 9일 만에 붙잡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6일 대구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4일 오전 7시 40분경 한 시민으로부터 “중구 동성로의 한 건물에서 여자 비명과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는 112신고를 접수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출동해 이 건물 계단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김모 씨(28·회사원)와 피해 여성인 이모 씨(29·회사원)를 발견했다. 하지만 김 씨가 “이 여자와 나는 애인 사이인데 작은 다툼이 있었다”고 말하자 이들의 인적사항만 적고 되돌아갔다.
경찰은 이날 오후 이 씨 가족으로부터 성폭행 신고를 접수하고 뒤늦게 수사에 착수해 9일 만인 13일 김 씨를 경기 안성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김 씨를 상대로 이틀간 수사를 벌인 뒤 15일 강간상해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사건 발생 당일 동성로에서 출근하던 이 씨에게 다가가 갑자기 입을 손으로 막은 뒤 부근 건물 4층 계단으로 끌고 가 얼굴 등을 마구 때려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히고 이 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이어 김 씨는 이 씨를 성폭행하려 했으나 1층 입구에서 경찰 순찰차 소리가 들리자 범행을 포기했다. 김 씨는 현장에 도착한 대구중부경찰서 삼덕지구대 소속 정모 경위에게 “우리는 서로 애인 사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피해자 이 씨는 경찰이 “애인 사이가 맞느냐”고 수차례 물었으나 고개를 끄덕이며 시인했다는 것. 이 씨는 김 씨가 휴대전화를 빼앗아 번호를 안 만큼 나중에라도 보복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당시 거짓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당시 너무 겁에 질려 있어서 경찰을 보고도 제대로 신고를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성폭행 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출소해 범행 당시 형 집행이 정지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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