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현장 출동 경찰 “애인사이” 거짓말 속아 性전과범 풀어주고 철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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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집행유예 석방 상태
뒤늦게 수사 9일만에 잡아

경찰이 성폭행 현장에 출동했으나 ‘애인 사이’라는 말에 속아 범인을 놓아주었다가 9일 만에 붙잡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6일 대구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4일 오전 7시 40분경 한 시민으로부터 “중구 동성로의 한 건물에서 여자 비명과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는 112신고를 접수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출동해 이 건물 계단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김모 씨(28·회사원)와 피해 여성인 이모 씨(29·회사원)를 발견했다. 하지만 김 씨가 “이 여자와 나는 애인 사이인데 작은 다툼이 있었다”고 말하자 이들의 인적사항만 적고 되돌아갔다.

경찰은 이날 오후 이 씨 가족으로부터 성폭행 신고를 접수하고 뒤늦게 수사에 착수해 9일 만인 13일 김 씨를 경기 안성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김 씨를 상대로 이틀간 수사를 벌인 뒤 15일 강간상해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사건 발생 당일 동성로에서 출근하던 이 씨에게 다가가 갑자기 입을 손으로 막은 뒤 부근 건물 4층 계단으로 끌고 가 얼굴 등을 마구 때려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히고 이 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이어 김 씨는 이 씨를 성폭행하려 했으나 1층 입구에서 경찰 순찰차 소리가 들리자 범행을 포기했다. 김 씨는 현장에 도착한 대구중부경찰서 삼덕지구대 소속 정모 경위에게 “우리는 서로 애인 사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피해자 이 씨는 경찰이 “애인 사이가 맞느냐”고 수차례 물었으나 고개를 끄덕이며 시인했다는 것. 이 씨는 김 씨가 휴대전화를 빼앗아 번호를 안 만큼 나중에라도 보복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당시 거짓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당시 너무 겁에 질려 있어서 경찰을 보고도 제대로 신고를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성폭행 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출소해 범행 당시 형 집행이 정지된 상태였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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