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연간 의약품 입찰이 전부 유찰된 뒤 서울대병원과 영남대병원이 16일 실시한 재입찰에서 또다시 전 품목이 유찰됐다. 정부가 약제비 절감을 목표로 10월 도입 예정인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에 대해 제약업계와 의약품 도매상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도매상들은 이날 병원이 제시한 예정가격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유찰시켰다. 도매상들은 예정가격보다 훨씬 높게 입찰하거나 아예 참여하지 않기도 했다. 한 도매상은 “그동안 국공립병원이 제시한 덤핑 가격에도 응찰한 것은 사후 약가 인하와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부를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손해를 감수하며 누가 입찰에 참여하겠느냐”고 말했다. 서울대병원과 영남대병원은 조만간 다시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낙찰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5일 한국제약협회, 한국의약품도매상협회, 제약사 8곳에 대해 지난주 유찰을 담합한 의혹이 있다며 이례적으로 조사에 나선 것도 제약사와 도매상들의 강경 대응을 불렀다. 조사 대상 제약사는 동아제약, 녹십자,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경동제약, 일성신약 8곳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 조사 대상이 새 약가제도를 막기 위해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제약사들”이라며 “괘씸죄가 적용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제약사들은 12일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과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등 제약업계 대표 5인이 비공개 만남을 갖고 ‘제약산업발전협의체’(가칭)를 구성하기로 해 화해 분위기를 만든 상황에서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자 정부에 배신감을 느낀다는 분위기다.
새 약가제도 도입을 둘러싼 정부와 제약업계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D병원 관계자는 “약품 재고가 떨어지면 당장 환자의 건강이 위험하다”며 “정부와 제약사가 국민 건강을 두고 대립하기보다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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