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강원 횡성군 서원면 압곡리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왜가리 떼. 이들은 마을 중심의 작은 산에 둥지를 틀고 산란한 뒤 여름이면 떠나는 생활을 되풀이한다. 압곡리에는 왜가리뿐 아니라 4월이면 백로들도 찾아온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백로와 왜가리를 합쳐 3000여 마리가 서식해 마을 산 이곳저곳을 하얗게 뒤덮었을 정도. 그 덕분에 이 마을은 1973년 10월 ‘천연기념물 248호’로 지정됐다.
올해 왜가리 떼 방문에 주민들의 반응이 유별난 것은 부쩍 늘어난 개체수 때문이다. 1990년대 들어 압곡리를 찾아오는 새들의 수는 급격히 줄었다. 주민들은 농약 사용과 경지 정리로 인한 먹이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한때 왜가리와 백로를 합쳐 200마리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가운데 왜가리는 절반에도 훨씬 못 미쳤다. 최근 2, 3년 전부터 새들이 조금씩 늘어나 왜가리는 100마리를 조금 웃돌았다. 그런데 올해는 200마리 가까운 왜가리들이 찾아왔다. 주민들은 2006년경부터 시작한 번식지 복원 노력이 결실을 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주민들은 번식지 인근의 휴경 논에 물을 가두고 새 먹이로 미꾸라지를 50kg씩 수차례 방사했다. 친환경 농법에 발맞춰 농약 사용을 금지하고 우렁이 농법 등을 도입했다. 퇴비도 친환경용으로 바꿨다. 주민 모두 새들과 수십 년간 공존해온 터라 한결같이 동참했다. 주민들은 이제 백로 떼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보다 개체수가 늘었는지 어느 때보다 궁금하기 때문. 최승순 압곡리 이장은 “우리 마을은 새들을 제외하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새들에게 친근함을 느낀다”며 “예전 수준으로 새 떼가 늘어나 백로마을, 왜가리마을의 옛 명성을 되찾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또 “새들이 늘어나면 번식지 앞에 사진 촬영을 위한 전망대를 설치하는 등 새 체험마을로 본격적인 변신을 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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