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수임료 10억… 그속엔 ‘검찰간부 친분값’도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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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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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혐의 코스닥 대표, 검찰 출신 변호사와 10억 계약… 친하다는 그 검사는 전보 발령
해당사건 무혐의 처분 뒤 ‘성공보수’ 놓고 양측 맞소송… 법원 “지급한 1억이 적당”

코스닥 상장사인 바이오 제약업체 K사 대표 양모 씨(57)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006년 4월 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검찰에 고발을 당했다. 회사 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는다는 공시가 나가자마자 K사의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K사의 주식을 30% 가까이 보유한 대주주였던 양 씨는 이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져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 수천억 원의 손실을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양 씨는 한 대형 로펌과 3억 원에 수임 계약을 했지만 그래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자 사건 직전 검찰의 부장검사로 퇴임해 변호사로 개업한 A 변호사를 소개받았다.

A 변호사는 양 씨의 사건을 수사하던 이 검찰청의 유력 간부 B 씨와 대학교, 사법연수원 동기 사이였다. 이미 대형 로펌을 선임했지만 A 변호사에게도 사건을 맡기면 빨리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기대로 양 씨는 A 변호사와 착수금 5000만 원, 무혐의 처분을 받을 경우 성공보수 10억 원을 주기로 수임 계약을 했다.

착수금을 받은 A 변호사는 사건 담당 주임검사를 찾아 양 씨의 억울함을 이야기했고 의견서를 써서 검찰청에 제출하는 등 양 씨를 위한 변호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이듬해 초까지 수사는 별 진전이 없었고 검찰 간부 B 씨는 이 무렵 다른 검찰청으로 발령이 나버렸다.

2007년 10월 양 씨는 결국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10억 원의 성공보수금을 둘러싼 법정 분쟁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무혐의로 사건이 마무리되자 A 변호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니 먼저 받은 성공보수 1억 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성공보수 9억 원을 달라”고 주장했다. 반면 양 씨는 “이 사건은 A 변호사가 유력 간부 B 씨와 친분이 있다고 알려져 부탁한 것이었는데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B 씨가 전근을 가버려 계약이 자동 해지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7월 A 변호사가 약속한 9억 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내자 양 씨는 같은 해 10월 “먼저 지급한 성공보수금 1억 원도 돌려 달라”고 맞소송을 냈다. 양 씨는 재판 과정에서 “B 씨가 전근 간 뒤 A 변호사를 찾아가 ‘B 씨와 친하다고 해서 사건을 맡겼는데 이제는 많은 돈을 주고 사건을 맡길 이유가 없어졌다’며 수임 계약을 없었던 일로 하자는 뜻을 전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정진경)는 22일 “변호사가 수행한 업무와 노력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보수를 약정했을 때는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보수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해 A 씨와 양 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먼저 사건을 수임한 대형 로펌이 양 씨를 위해 주된 변호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이고 두 사람의 신뢰관계가 깨진 뒤로 A 씨의 정상적인 변호 활동이 곤란했던 것으로 보여 성공 보수는 이미 지급한 1억 원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A 씨는 “계약대로 수임료를 지급하라고 낸 소송”이라며 “항소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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