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관현악단’ 창단… 군대에서도 클래식 듣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5일 22시 56분


코멘트
'빰빰빰 빰~, 빰빰빰 빰~.'
4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현충관. 머리를 짧게 깍은 군인 67명과 객원연주자 20명으로 구성된 국군관현악단이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 중 1악장 연주를 시작하자마자 음악감독 겸 지휘자인 배종훈 씨가 지휘봉으로 악보대를 탁탁탁 내리쳤다. 지휘자는 바이올린 연주자들을 향해 "음악이 밀리잖아요. 자, 다시 합시다"라고 소리쳤다.

국군관현악단이 1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창단연주회를 앞두고 맹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창단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첫 연주회를 갖는 만큼 이들에겐 연습할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하다. 객원연주자까지 참석해 연습하는 날은 1주일에 두 차례 4시간씩. 하지만 병사들은 나머지 날에도 밤늦게까지 개인적으로 연습을 하며 땀을 흘리고 있다.

이번 연주회는 국군관현악단이 55년 만에 부활해 갖는 첫 공연이기도 하다. 1949년 5월 1일 육군교향악대가 창단됐지만 당시로서는 현악기 전공자들이 많지 않아 결국 1955년 6월 30일 해체됐다. 이 때문에 군의 기대도 크고 그만큼 병사들이 느끼는 부담도 적지 않다. 국군관현악단이 연주회에서 선보일 첫 곡은 군인의 힘이 느껴지는 '위풍당당 행진곡'이다. 이밖에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간주곡' '오페라 탄호이저 중 그랜드 행진곡'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중 4악장' 등을 연주한다.

첼리스트 최윤선 상병(29)은 불가리아 소피아음대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지난해 입대했다. 그는 부대에 배치된 뒤 첼로 대신 금관악기 수자폰을 불어야 했다. 현악부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1년 이상 첼로를 하지 못해 손도 굳었지만 이제 관현악단이 생겨 첼로를 연마할 수 있게 됐다"며 "개인연습실에서 연습도 할 수 있어 운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에서 비올라를 전공하다가 입대한 신규한 이병(29)도 "전공인 비올라를 계속 연마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 아내도 무척 좋아한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김남훈 씨(30)는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그는 아직 입대 전임에도 벌써 연습에 참여하고 있었다. 국방부 군악대대장인 조한경 중령은 "김 씨의 입영일이 22일인데, 실력이 뛰어나 미리 스카우트했다"고 설명했다. 국군관현악단은 결원이 생기면 병무청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 공고를 낸다. 지원한 입영 대상자는 각 악기마다 3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선발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