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동물통행로 때문에 사람통행로 못만든다?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2월 3일 03시 00분


“사람보다 동물이 우선입니까.” 2일 오전 울산 북구 천곡동 제전마을. 주민들이 마을에서 불과 50여 m 앞에 건설되는 도로에 차량 진출입을 위한 교차로는 없고 인근에 동물 이동용 터널이 건설된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마을 앞으로 건설될 도로는 남구 옥동∼북구 농소 간 국도 7호선 우회도로. 총연장 16.9km 4차로로 다음 달 착공해 2015년 12월 완공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2007년 12월 이 도로 개설 계획이 확정되자 ‘광역시 속 오지마을’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이곳은 지금도 비가 많이 내리면 동천강이 범람해 고립되기 일쑤다.

이 도로 구간에 포함된 중구 태화동 일부 주민의 반대로 착공이 지연되자 제전마을 주민들은 도로개설 촉구 서명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을 앞 도로 구간에 차량 진출입용 교차로가 당연히 설치될 줄 알았다.

하지만 울산시는 “현행법상 교차로 설치는 어렵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도로법에 ‘차량 진출입로는 터널과 교량 등 시설물로부터 350m 이상 떨어져야 한다’고 돼 있기 때문. 시가 교차로 설치 불가 근거로 제시하는 터널은 마을에서 200m 떨어진 곳에 건설될 길이 100m의 순금산터널이다. 주민 이수진 씨(63)는 “순금산터널은 동물 이동용”이라며 “왜 동물 때문에 주민들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발끈했다.

시는 중구 태화동 도로 개설구간은 당초 고가도로로 설계했다가 주민들이 “소음 피해가 우려된다”며 시위를 벌이자 지하도로로 설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제전마을 주민들은 “실력행사를 하면 요구를 들어주고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신사적으로 나가면 묵살하는 울산시 자세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을 바로 앞을 지나는 넓은 도로가 주민들에게 무용지물이라면 문제가 있다. 울산시는 자연생태계를 보호하면서 주민 편의도 도모할 상생(相生) 방안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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