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사랑’ 식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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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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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0도 넘던 사랑의 온도계, 올해는 93.8도 그쳐
어제까지 2075억 모금
사흘간 137억 더 모아야… “막판 펄펄 끓여주세요”

‘사랑이 끓는 점 100도를 지켜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공동모금회) 직원들이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 이곳에서 매년 발표하는 국내의 대표적인 기부 지표인 ‘사랑의 온도계’가 1999년 설치된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100도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매일 전국 공동모금회 지부에서 기부 상황을 체크하고 있지만 올해는 비관적이라고 예상했다.

공동모금회 측은 “올해 접수한 이웃돕기 기부액이 목표치인 2212억6000만 원에 못 미치는 2075억 원에 머물고 있다”며 “현재의 모금 추이로 볼 때 100% 모금 달성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28일 밝혔다.

공동모금회는 11년째 모금 목표를 정하고 여기에 맞는 ‘기부 온도’를 발표해 왔다. 매년 12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각 지역 공동모금회 등에서 모인 이웃돕기 성금 액수를 온도로 나타낸다. 목표치의 1%를 달성할 때마다 1도씩 올라가며 서울 광화문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계에 눈금으로도 표시한다. 올해는 28일 현재 93.8도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 기부 지표인 ‘사랑의 온도계’가 1999년 설치된 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100도에 못 미칠 위기에 처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계가 기부 종료일을 사흘 앞둔 28일 현재 93.8도를 가리키고 있다. 김미옥 기자
국내의 대표적 기부 지표인 ‘사랑의 온도계’가 1999년 설치된 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100도에 못 미칠 위기에 처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계가 기부 종료일을 사흘 앞둔 28일 현재 93.8도를 가리키고 있다. 김미옥 기자
행사 진행 후 가장 ‘사랑 온도’가 높았던 2001년에는 온도계가 148.5도까지 올랐다. 지난해에는 시민들이 조금씩 기부한 동전까지 모아 간신히 100.5도를 넘었다. 역대 최저온도는 2000년의 100.1도다.

올해 모금 액수가 예상을 밑돌게 된 것은 예년에 비해 기업 기부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기업 모금액은 1183억 원이 목표였으나 28일까지 1166억 원이 들어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에 영향을 받은 조선 금융 업종 등에서 기부액을 줄였다.

2008년 말 공동모금회에 30억 원을 쾌척했던 한 조선 관련 대기업은 지난해 말 20억 원을 기부해 한 해 사이 기부액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줄어들었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업들이 이웃돕기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지만 최근 중견기업들의 이웃돕기 기부가 유독 감소해 고민”이라고 말했다.

공동모금회는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 또 한 번 재현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반 시민들의 개인 기부가 막판에 대거 들어와 ‘이웃사랑 100도’를 지켰다. 지난해 개인들의 기부금은 전년 대비 10.6% 늘었다. 공동모금회 김효진 실장은 “기부라는 게 누가 언제 얼마나 낼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며 “올해도 개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웃사랑 100도를 넘어서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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