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NLL 해안포 발사…백령도 어민들 “또 출어 못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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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반복… 이젠 짜증나”
“정부, 강력 메시지 보내야”
조업 어선 5척 긴급 귀항

북한이 서해 최북단 섬인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해상에 해안포를 발사한 27일 북한과 인접한 서해5도 주민들은 겉으로는 평온함을 유지하면서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북한이 앞으로 백령도 주변을 포함한 NLL 일대에서 해상사격을 계속하겠다고 밝히자 남북간 교전을 포함한 확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정섭 백령면장은 “오전 9시 10분경부터 10여 분간 포성이 들려 우리 군의 통상적인 사격훈련인 줄 알았다”며 “뒤늦게 언론보도를 통해 북한이 해안포를 발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내 잠잠해져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말했다. 백령면 진촌1리 김정욱 이장도 “지난해 11월 남북 해군 함정이 교전을 벌인 대청해전을 포함해 최근 서해상에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잇따르고 있다”며 “주민들이 평소에 비해 북한의 움직임을 더 주시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서해5도 주민들은 정부가 북한의 해안포 발사에 눈치를 보지 말고, 당당하게 대북정책을 펴줄 것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북한의 황해도 해주와 맞닿은 대연평도의 김광춘 어촌계장(50)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북한의 도발에 이젠 짜증이 난다”며 “정부가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을 막기 위해 강력한 대응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율 주민자치위원장(53)도 “북한이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할 때부터 무력도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며 “북한이 추가로 해안포를 발사해 우리 군이 경계수위를 높여 장기간 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윤길 옹진군수(61)는 “NLL을 서해의 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북한의 노림수로 보이지만 누구보다 안보의식이 강한 서해5도 주민들은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강력하게 대응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접적지역에 살면서 그동안 북한의 도발을 자주 겪어왔기 때문인지 상당수의 주민들은 해안포 발사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백령도 주민 박성현 씨(78)는 “해안포 발사 소식을 들은 친척들이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왔지만 서해5도 주민들은 북한의 무력도발을 한두 번 겪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이번에도 일회성 무력시위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서해 5도 가운데 대청도와 소청도에서 어선 5척이 인근 해역에서 조업에 나섰으나 북한이 해안포를 발사함에 따라 해군이 조업을 중단시켜 오전 11시경 되돌아와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서해5도를 오가는 여객선도 평소보다 항로를 약간 우회했을 뿐 정상 운항됐다. 군 당국은 28일 서해5도에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거셀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어선들의 조업을 통제할 방침이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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