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18일 서울 중구 한국장학재단 상담센터에서 대출 신청을 하려는 학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홍진환 기자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온 기분입니다.”
18일 오후 최효성 씨(가명·20)는 서울 남대문 부근을 환한 얼굴로 돌아다녔다. 재수 끝에 고려대에 합격한 최 씨는 기초생활수급자. 지난해 12월 대표적인 명문대에 합격했지만 가슴 한쪽이 쑤셨다. “잘됐다는 생각보다 (등록금이 저렴한) 국립대에 못 붙어 속상하다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왜 하필 등록금이 제일 비싸다는 학교에 들어간 건지…. 친척들한테 부탁드리고 싶어도 500만 원이란 돈은 쉽지 않잖아요.”
최 씨 어머니는 음식점이나 대형 할인 매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한다. 아버지는 5년 전 병마가 찾아와 거동이 불편하다. “합격 소식을 들은 부모님이 미안해하시면서 ‘등록금은 네가 알아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데 코끝이 찡하더라고요. 하나뿐인 동생도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데 교복도 사줘야 해 등록금 부담이 꽤 있었어요.”
최 씨는 당장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봤다. 제1 조건은 ‘무조건 시급이 많을 것’. 최 씨는 공부할 시간이 없어도 필사적으로 아르바이트를 이어갈 생각이었다. “외부 장학금도 많이 알아봤어요. 자기소개서 쓰고 소득관련 증빙서류, 등본 같은 거 발부받아서 냈죠. 그런데 일일이 챙기기도 힘들고 또 서류 준비하다 보면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어요. 될지 안 될지 모르니까 불안하고….”
그때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를 실시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ICL을 이용하면 학비는 물론 1년에 200만 원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도 최 씨에겐 희소식이다. “그래도 아르바이트는 계속 해야죠. 형편이 좋아진 것도 아니고 언제 또 돈이 필요할지 모르니까요.” 그래도 대학 공부보다 등록금 마련이 우선이던 생각은 바뀌었다. “어렵게 그 돈을 주고 대학을 다니는데 B학점 이상은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짜 열심히 해야죠.”
한국장학재단에는 이날 하루에만 대학 새내기 8000여 명이 대출 신청을 마쳤다. 15일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첫 접수를 시작했을 때부터 합치면 2만 명 이상이 ICL 문을 두드렸다. 신한종 장학재단 홍보과장은 “많이 몰릴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상담사들은 “신청자들이 가족관계 서류가 필요하냐고 자꾸 물었다. 일부 언론에서 필요 없다고 보도했지만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다. 일단 예전하고 똑같이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확한 이자율도 이번 주 중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공시할 예정으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상담사들은 “기존 대출 상품을 ICL로 바꿔달라는 전화도 많았다”며 “하지만 이미 학자금을 대출 받은 장학 상품 변경은 불가능하다고 대답해줄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장학재단은 상담사를 현재의 두 배 수준인 700명으로 늘려 대출 신청을 신속하게 처리할 예정이다. 재학생은 25일부터 ICL을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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