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신도림고에서 학생들이 방학 중 방과후수업을 받고 있다. 곽승일 사회과목 교사의 수업 시간에 학생들은 연방 웃음을 터뜨렸다. 남윤서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처음으로 실시한 고교선택제 지원 결과 지원율이 가장 높은 학교는 구로구 신도림동의 신도림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전역에서 원하는 학교를 고를 수 있는 1단계 지원에서 신도림고는 17.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남의 유명 사립학교들을 제치고 지난해 개교한 신생 공립고가 1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들도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1단계 경쟁률 상위 학교는 구로, 서초, 동작, 강남, 광진구 등 다양한 지역에서 나왔다. 당초 우려했던 특정지역 학교로의 쏠림 현상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 “홍보만이 살길” 설명회 수시 개최
15일 신도림고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혜련 교감은 “신입생이 들어올 것에 대비해 200여 명이 공부할 수 있는 자습실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까지 신도림동에는 고등학교가 없었다. 신도림고의 개교는 이 지역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었다. 이 학교 오세창 교장은 “지역 주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이 학교에 발령받은 오 교장과 교사들은 컨테이너박스로 만든 사무실에서 개교 준비를 했다. 밤 12시를 넘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어렵게 문을 열었지만 신생 학교라는 한계는 있었다. 이 학교에 배정받은 1학년 250명 중 40여 명이 등록을 포기하려 했다. 오 교장이 직접 일일이 전화를 걸고 입학생에게 책을 선물하며 설득에 나섰다. 상당수가 마음을 돌렸지만 일부는 인근 목동에 있는 학교로 전학했다.
충격을 받은 오 교장은 지역 학생들을 어떻게 붙잡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신도림고는 구로구와 양천구의 접경에 있다. 고교선택제를 도입하면 학생들이 가까운 목동 학교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 개교한 학교답게 교과전용 교실, 대형 도서관, 독서실 등 최신 시설을 갖췄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장고(長考) 끝에 마침내 해법을 찾아냈다.
이 교감은 “학교를 홍보하는 것만이 살길이었다. 고교선택제를 앞두고 교장은 최고경영자(CEO)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오 교장은 목동 지역 중학교를 찾아다니며 학교를 알렸다. 지역 학부모들을 위한 교육과정 설명회를 수시로 개최했다.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를 위한 야간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야간에도 200여 명이 강당을 가득 채울 정도로 관심은 뜨거웠다.
이 교감은 “일반계 고교가 사는 방법은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맞춤형 방과후 수업을 도입했고 올해부턴 수학 과학 과목을 교과교실제로 운영한다. 또 교원평가 선도학교로 모든 교사가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의 평가를 받는다.
입소문 효과는 놀라웠다. 학기말시험을 마친 중학생이 삼삼오오 학교를 찾아왔다. 교사들이 가이드가 돼 학교 설명을 해줬다. 열흘 동안 500여 명이 이 학교를 찾았다. 하태정 교사는 “3 대 1 정도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는데, 17 대 1이라니 1년간의 고생이 보답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 정원 못채운 고교도 7곳이나
서울시교육청이 15일 발표한 후기일반계고 고교선택제 지원 경향에 따르면 1단계 지원에서 강남(강남·서초구), 북부(노원·도봉구), 강서(양천·강서구) 등 이른바 ‘사교육 밀집지역’ 학교군의 평균경쟁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특정 지역으로 지원이 몰리는 정도를 나타내는 ‘학교군별 선택 집중도’에서 강남은 4%를 기록해 지난 두 차례 모의지원에서 기록한 18%, 11%보다 크게 낮아져 쏠림현상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단계 지원에서 정원에 미달한 곳은 7개교였으며 최하위 학교의 지원율은 0.4 대 1로 최상위 신도림고와 큰 차이를 보였다.
1단계 지원에서 현 거주지와 다른 학교군을 선택한 학생은 1단계에서 14.9%, 2단계에서 14.3%였다. 약 85%는 거주 지역 학교를 선택했다는 뜻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과 학부모가 실제 지원에서는 통학편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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