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정모 씨(45)는 주식의 유통물량이 적은 코스닥 상장회사인 직물제조업체 M사를 주가조작 대상으로 고른 뒤 ‘작전’에 나섰다. 여기에는 정 씨의 세 형과 조카, 처남, 사돈 인척 등 일가족 9명 및 정 씨의 지인 8명 등 모두 17명이 동원됐다.
정 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전북 전주시의 한 입시학원이 주가조작의 사령탑이 됐다. 이들은 전주 시내에 아파트를 얻은 뒤 컴퓨터 여러 대를 설치해 이른바 ‘작업장’을 만들었다. 정 씨의 지인들은 광주 인천 수원 등지에 흩어져 주식 거래를 준비했다. 1인당 80만∼100만 원을 주고 주식 거래를 도울 아르바이트생도 고용했다.
정 씨의 지시에 따라 이들이 주식을 사고판 횟수는 모두 873회. 주식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는 고가매매, 약속을 정해놓고 짧은 시간 안에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매매 등 다양한 주가조작 기법이 동원했다. 2005년 4월 1일 750원이었던 M사의 주가는 7개월이 지난 11월 2일 5420원으로 6배가량 뛰어올랐다. M사 한 곳의 주가조작을 통해 정 씨 일당이 벌어들인 돈은 26억 원.
정 씨를 포함한 친인척 12명과 정 씨의 지인 12명 등 모두 24명이 모인 주가조작단은 이런 수법으로 2004년 6월∼2007년 11월 상장회사 23곳의 주가를 조작해 250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거래 횟수는 모두 1만7088회. 이들은 금융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작업장을 6개월마다 전국 각지로 옮겼고, 420여 개의 차명계좌를 만든 뒤 한 계좌를 1∼3개월간 이용하고 다른 계좌로 바꿨다. 통화기록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인터넷 전화나 메신저로 주식 거래시점을 정하기도 했다.
정 씨는 이렇게 챙긴 돈으로 롤스로이스, 벤틀리, 벤츠 등 고급 외제승용차를 수시로 바꿨고, 서울 강남지역에 전세보증금이 5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임차했다. 2007년에는 가맹점이 20여 개가 넘는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회사를 설립해 주가 조작의 거점으로 삼았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전현준)는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정 씨와 그의 지인 고모 씨(43), 사촌동생 김모 씨(30)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주가조작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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