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 前대통령 피의사실 공표 罪안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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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이익 목적… 범죄 성립 인정 안돼”
당시 대검 중수부 수사팀 불기소 처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오정돈)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사건 수사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이인규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현 변호사) 등 대검 중수부 수사팀에 대해 최근 ‘죄가 안 됨’으로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때 홍만표 당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현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정례 브리핑 등에서 노 전 대통령의 피의사실을 일부 공표한 것은 인정이 된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진술과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 씨의 미국 주택 구매 사실 등 일부 브리핑 내용이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공표한 사실이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된다고 최종 판단을 내렸다. ‘죄가 안 됨’은 피의사실 등이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되지만 법률상 범죄의 성립이 인정되지 않는 사유가 있어 기소하지 않는다는 불기소 처분의 한 종류다. 검찰은 또 수사팀이 소환 및 압수수색 등 수사 일정을 말한 부분과 피의사실을 묻는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힌 부분 등에 대해선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각하 처분했다.

검찰의 이번 판단은 전현직 고위공직자의 직무와 관련된 비리 혐의의 경우 사실로 확인됐을 때에는 피의사실을 공개하더라도 처벌하기 어렵다는 수사브리핑과 관련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인 지난해 6월 “중수부 수사팀이 뇌물이라는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이 없는 개인적인 선물에 대해서도 언론에 흘려 노 전 대통령이 부도덕하고 부정한 정치인이었다는 식의 언론몰이를 주도했다”면서 이 전 중수부장과 홍 전 수사기획관, 우병우 전 중수1과장(현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등 수사팀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법무부는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일자 지난해 8월 학계, 언론계, 법조계 인사들이 참여한 수사공보제도 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마련했다. 이 준칙에 따르면 검찰의 수사상황 공개는 영장에 적힌 내용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서면으로 브리핑하고, 대변인과 차장검사만 공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피의자의 실명은 고위공직자에 한해서만 공개하도록 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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