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기여해 달라” 원포인트 사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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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대통령 ‘이건희 IOC위원’ 단독사면 배경
“다른 경제인과 함께 하면 취지 퇴색” 고심끝 단행
프랑스 올림픽 유치 위해 IOC위원 사면 전례 참고

이 대통령은 당시 시기와 사면 규모 등을 놓고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민정라인과 법무부는 이 전 회장 1명만 사면하는 ‘원 포인트 사면’과 다른 경제인들과 함께 사면하는 방안 등 두 가지 안의 장단점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경제인 1명만을 사면하는 원 포인트 사면은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부담이었고, 다른 경제인들과 함께 사면할 경우엔 사면 취지가 퇴색된다는 문제가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무렵 성탄절 특사 등을 점쳤지만 성탄절 특사는 의미가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민생사범을 대상으로 한 사면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기념일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 대통령은 고심 끝에 ‘1인 사면’ 쪽에 낙점했다. 프랑스가 2012년 여름올림픽 유치를 위해 유죄가 인정된 기 드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사면한 전례도 참고했다. 이 전 회장 사면에 대한 국민여론이 그리 나쁘지 않고, 최근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등으로 정부에 호의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변인은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에 대한 강원도민의 염원이 컸고 국익을 위해 고려해 달라는 경제계와 체육계, 사회 각계의 건의가 있었다. 국제 스포츠계에서 국익에 기여해 주기를 바라는 1차적 관점과 고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사면 실무를 맡은 법무부도 이번 사면이 2018년 평창 올림픽 유치를 위한 국익 차원의 조치임을 강조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29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서 공식발표를 할 때에도 이 전 회장의 직함을 ‘IOC 위원’으로 소개했다.

‘전 삼성그룹 회장’이란 표현 대신에 ‘IOC 위원’을 사용함으로써 유죄가 확정된 기업인 사면의 취지가 아니라, 평창 올림픽 유치라는 국민 염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명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전 회장 사면과 삼성의 세종시 이전 ‘빅딜’ 소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세종시와 이 전 회장 사면 문제를 연결하는 것은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정치 논리와 기업 논리는 별개이고, 세종시 유치 문제는 사면과 관계없이 추진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삼성의 다른 관계자는 “이 전 회장 사면은 평창 올림픽 유치 불발 시 삼성의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세종시와 맞바꿀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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