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과 포크의 ‘산학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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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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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경영대생, 신촌 식당가 찾아가 ‘맞춤 컨설팅’
컨설팅이론 현장 실습 나서 3개월간 침체 문제점 분석
“웰빙 메뉴로 바꿔야” 결론…상인들, 학생제안 실제 반영

카페 ‘미네르바’의 현인선 사장과 컨설팅에 참여한 경영학과 박봉규 하형찬 한지욱 씨(왼쪽부터). 박 씨는 “이번 컨설팅을 통해 신촌 상인들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연세대
카페 ‘미네르바’의 현인선 사장과 컨설팅에 참여한 경영학과 박봉규 하형찬 한지욱 씨(왼쪽부터). 박 씨는 “이번 컨설팅을 통해 신촌 상인들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연세대
‘이국적인 분위기의 펍(pub)을 통해 신촌의 놀이문화를 부흥시켜보겠다’는 야심찬 각오로 2009년 1월 펍 ‘바 플라이’의 문을 연 임천재 사장(37). 하지만 예상외로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자금이 여유롭지 않아 특이한 외부 인테리어도 하지 못한 데다 때마침 불황이 찾아와 어려움은 더했다. 그러던 차에 가게에 곧잘 들르던 연세대생이 귀가 번쩍 뜨이는 얘기를 했다. “학교 컨설팅 수업의 프로젝트로 신촌 가게들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을 벌일 계획인데 참여하시겠어요?”

임 사장은 승낙했지만 학생들의 컨설팅이 얼마나 효과적이겠느냐 싶어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게에 직접 들러 문제점을 분석하고 손님들의 만족도를 조사하면서 신촌과 홍익대 부근의 경쟁업소들을 분석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사장도 믿음직스러웠다.

“바 플라이가 진정한 ‘인터내셔널 펍’으로 자리 잡으려면 내부 인테리어와 음악부터 바꿔야 해요. 또 개강파티, 종강파티보다는 외국어학당에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하고 파티 플래너들과도 꾸준히 접촉하세요.” 드디어 석 달여의 컨설팅을 마치고 학생들은 앞으로의 개선점과 예상 재무상황까지 담긴 컨설팅 보고서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겼던 아이디어들은 현실화되고 있다. “학생들로부터 받은 엄청난 용량의 북미 최신 음악과 뮤직비디오 파일은 이미 상영을 하고 있어요. 조명도 다소 어둡게 바꿨죠.” 임 사장은 이제 외국인 손님들을 위해 영어 공부도 하고 있다.

연세대 경영대 학생들과 동문들이 신촌지역 가게들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신촌상권 살리기’를 위해 상인들과 손을 맞잡았다. 2009년 2학기 ‘경영 컨설팅과 컨설턴트의 세계’ 수업을 통해 신촌지역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세 커뮤니티 컨설팅 프로젝트’를 시작한 연세대 경영대는 12일 컨설팅 보고회를 가진 데 이어 앞으로 이 프로젝트를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임건신 교수가 담당한 ‘경영 컨설팅과 컨설턴트의 세계’ 수업은 대학, 동문, 지역사회가 모두가 참여한 과목. AT 커니의 심태호 컨설턴트를 비롯한 전현직 경영컨설턴트 동문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강의를 하는 등 직접 학생들을 이끌었다. 이들의 조언하에 학생 3, 4명으로 구성된 7개팀은 지난 3개월 동안 연세대 정문 앞 신촌 명물거리에 위치한 성림갈매기살(고깃집), 레몬트리(카페), 솔레미오(이탈리아음식점), 리빙헛(채식 레스토랑), 바 플라이(펍), 미네르바(카페) 등 6개 업체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했다.

재무재표 분석은 기본이고 고객 설문조사를 벌이고 경쟁업체를 분석하는 등 발로 뛴 이들의 컨설팅은 수준급이다. 리빙헛 컨설팅팀은 “신촌지역 소비자들의 참살이(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파악했다”라며 “단순한 채식이 아닌 몸에 좋은 참살이메뉴로 개선해야 한다”며 직접 메뉴를 재구성했다. 레몬트리팀은 “신촌지역 다른 카페와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스터디 카페로의 전환이 길이 될 수 있다”라며 육회집으로의 전업을 고민하던 사장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줬다. 임 교수와 학생들은 컨설팅 이후의 성과도 계속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박상용 경영대학장은 “학생들은 대학에서 배운 다양한 경영이론을 현실에 적용해보는 기회를 갖고 지역 상인들은 학생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게 돼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라며 “이 커뮤니티 컨설팅 프로젝트가 신촌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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