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기대수명이 처음으로 80년을 넘어 지난해 태어난 아이는 평균 80.1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작년 기준으로 만 45세 남성과 여성은 각각 33.3년과 39.6년을 더 살 수 있을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2008년 생명표’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아이의 기대수명은 80.1년으로 1970년보다 18.2년이 늘었다. 2008년 남자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76.5년, 여자는 83.3년으로 각각 전년보다 0.4년과 0.6년이 증가했다. 남성과 여성의 기대수명 차이는 6.8년이다. 시도별로는 서울이 가장 높고 부산이 가장 낮았다.
통계청 전백근 인구동향과장은 “남녀의 기대수명 차이는 1985년(8.4년)이 가장 컸으며 이후 남성이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점차 줄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출생한 한국 남성의 기대수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0.3년 길었으며 30개 회원국 중 20위를 차지했다. 여성은 OECD 평균보다 1.5년 길어 7위였다.
앞으로 더 살 수 있는 햇수를 나타내는 기대여명(餘命)을 연령별(지난해 기준)로 보면 △만 40세는 남성 37.9년, 여성 44.4년 △만 45세는 남성 33.3년, 여성 39.6년 △만 65세는 남성 16.6년, 여성 21년으로 추정됐다.
한국, 65세이상 빈곤율 OECD중 가장 높아
통계청은 “의료기술의 발달로 건강관리만 제대로 한다면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 3대 사인(死因)을 피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렇게 되면 지난해 출생아의 기대수명도 남자는 8.8년, 여자는 6.4년이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매년 연령별 사망률을 기초로 각 해에 태어난 신생아가 몇 살까지 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기대수명을 발표하고 있다.
주부 정모 씨(46)는 노후만 생각하면 앞이 막막하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남편이 월급으로 350만∼400만 원을 받지만 두 자녀 사교육비로만 매달 200만 원 넘게 들어가는 탓에 생활비를 쓰고 나면 저축은 꿈도 못 꾼다.
정 씨는 올해 고3 수험생인 딸을 뒷바라지하면서 인터넷 강의를 들어 공인중개사 1차 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기대지 않고 80세까지 살려면 노후 준비 차원에서 상가라도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 부동산 경매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지난해 처음으로 80세를 넘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장수(長壽)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명은 길어졌는데 노후 준비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모 씨(48)는 “22년 동안 회사에서 일했지만 남은 것은 집 한 채뿐”이라며 “월급으로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과 중학생 딸을 뒷바라지하기도 벅차 국민연금을 빼면 따로 노후를 준비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기대수명의 연장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여유 있는 노후 생활을 보장받기에는 턱없이 미흡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최근 발표된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8세 이상 가구주 4명 중 1명은 노후를 준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이들 중 42.6%는 주된 노후 준비 수단으로 국민연금을 꼽았다. 또 OECD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상대 빈곤율은 2006년 기준 45%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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