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섬마을 어르신들 ‘문맹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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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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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RCE ‘배움마실’ 프로그램 통해 한글 배워

경남 통영시가 마련한 ‘우리 섬 배움마실’을 수료한 한산면 죽도마을 어르신들이 사각모를 쓰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제공 통영시
경남 통영시가 마련한 ‘우리 섬 배움마실’을 수료한 한산면 죽도마을 어르신들이 사각모를 쓰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제공 통영시

한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던 경남 통영시 섬마을 어르신들이 배우지 못한 설움을 풀었다. ‘유엔지속가능발전교육 통영센터(통영RCE)’가 마련한 ‘우리 섬 배움마실’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배움마실은 ‘공부하러 나들이를 간다’는 의미.

통영RCE는 올 2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산양읍 곤리도와 연대도, 욕지면 욕지도, 사량면 사량도, 한산면 죽도 등 5개 마을에서 한글교실을 열었다. 강사 5명이 돌아가며 일주일에 두 번씩 배를 타고 섬마을을 찾았다.

60∼80세 어르신 10여 명이 경로당과 마을 사랑방에 모여 앉아 ‘가나다라…’를 익혔다. 대부분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까막눈’이었지만 배움에 대한 열기는 뜨거웠다. 10개월 과정이 끝나면서 대부분 혼자 동화책을 읽게 됐다. 어설픈 부분이 있었지만 스스로 자식들에게 편지도 썼다. 사량도 대항마을 김모 할머니는 “한글을 깨친 덕분에 농협에서 돈도 보내고, 우체국에서 소포도 부칠 수 있게 됐다”며 즐거워했다. 같은 마을 임모 할머니는 “도로 안내판 내용을 알아볼 뿐 아니라 혼자 시장에 나가 송아지도 팔고 왔다”며 활짝 웃었다.

통영시의회 조종태 의원은 4일 열린 죽도 배움마실 수료식에서 “못 배운 서러움이 있었는데 인생 황혼녘에 새로운 즐거움이 생겼다”며 “뭍에 있는 자식들에게 보낼 택배 상자에도 주소와 이름을 직접 쓸 수 있으니 얼마나 기쁘겠느냐”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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